종전과 확전 사이… 중대 기로의 러 전승절(9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러시아가 5월 9일 종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말을 지난달 21일 헝가리 총리에게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9일은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이며,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친푸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전세가 나날이 바뀌고 계획이 수정되는 만큼,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9일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식 선전포고를 하고 공세를 더 강화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러, 9일 모든 것을 끝낼 계획”
교황, 헝가리 총리와 대화 소개
오르반 총리는 친푸틴 지도자
CNN은 “공식 전쟁 선포 가능성
우크라 동남부 장기전 염두” 보도
교황은 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의 대화를 소개하며 이같이 전했다. 교황은 “오르반 총리를 만났을 때, 그는 내게 러시아가 5월 9일 모든 것을 끝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며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지금 돈바스만이 문제가 아니다, 크림반도, 오데사 등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흑해 항구를 빼앗고 있다”며 “비관적이지만 전쟁을 멈추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교황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며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중재자 역할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바티칸시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오르반 총리는 유럽연합(EU) 지도자 중 가장 친러 성향이 강한 인물로 꼽힌다. 지난달 3일 치러진 헝가리 총선에서 오르반 총리의 집권 여당이 승리해 4연임에 성공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즉각 전화를 걸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달 6일에는 오르반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부다페스트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서방에서도 러시아가 오는 9일 전승절을 기한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등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총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한 바 있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9일을 기점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국면에 큰 전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미국 CNN방송은 오히려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명칭을 접고 공식적으로 전쟁을 선포하면서 예비군을 총동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지난 2월 24일 침공 이후 병력 손실이 상당해 신규 징병이 절실한 처지다. CNN은 또 러시아군이 서방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북부에서 패퇴했던 상황에 비춰, 이번 2단계 작전은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의 장기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흑해 진출로를 틀어막아 경제를 흔들고 국가의 인프라를 파괴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러시아는 점령한 지역을 차곡차곡 자국 영토에 흡수하는 절차까지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 강제병합 때처럼 주민투표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쳐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에 병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