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 벙커 탈출 주민 “산소 부족해 숨 쉬기조차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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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2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수립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이 나눠주는 구호품을 받으려고 몰려 있다. 마리우폴은 두 달 가까이 이어진 러시아군의 포위 공격으로 주택 대부분이 파괴됐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탈출한 생존자들이 참혹한 지하 벙커 생활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전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낳고 있는 마리우폴의 마지막 항전 거점이다.

아조우스탈 제철소 탈출 여성
“가방·깡통으로 화장실 대신해”
아직 민간인 1000명 대피 중

3일(현지시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인 나탈리아 우스마노바 씨는 “암흑의 두 달이었다”며 “포격은 너무 강해서 마치 우리 옆에서 때리는 것 같았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어 “방공호 출구 쪽과 일부 계단 위쪽에서는 산소가 부족해 제대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피했기 때문에)남편에게 이제 횃불을 들고 화장실을 찾을 필요가 없다, 더는 화장실 대신 가방이나 깡통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공개된 탈출 당시 영상을 보면 여성들과 아이들이 우크라이나군의 호위를 받으며 사다리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 주말 1차 탈출 이후 러시아군이 다시 포격을 시작하면서 대피는 차질을 빚었다. 세르히이 오를로프 마리우폴 부시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제기구 간에 추가 대피를 위한 고위급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DPA통신에 따르면 파블로 키릴렌코 도네츠크 주지사는 우크라이나TV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56명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대피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중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 1000명이 제철소 벙커에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이번 주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골자로 하는 6차 대러 제재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독일도 강경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현정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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