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권 분리 ‘뼈대’ 완성… 국힘 “끝까지 국민 무시”
‘검수완박’ 법안 공포
국회는 3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민주당 주도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검찰의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는 소위 ‘검수완박’의 두 뼈대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모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날 본회의에서 형소법은 찬성 164명, 반대 3명, 기권 7명으로 통과됐다.
지난달 30일 검찰청법 개정안 표결(찬성 172명, 반대 3명, 기권 2명) 때보다 찬성표가 줄고 기권표가 늘었다. 정의당 의원 6명이 모두 기권한 탓이다. 기본소득당 용해인 의원은 검찰청법에 이어 이번에도 기권했다. 반대투표는 국민의당 이태규·최연숙 의원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으로, 검찰청법 때와 같았다.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은 찬성했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이날 표결에 불참했다.
검찰청법 이어 형소법 개정안 통과
문 대통령 임기 내 과제 달성
민주 ‘민생 모드로 전환’ 태세
중수청 설치 사개특위 구성도 의결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도 입법 반대 구호를 외치는 등 거세게 항의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정의당은 검찰청법 찬성 이후 지지자 일부의 반발로 역풍이 불 것을 우려해 이날은 기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전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불송치에 대한 이의신청 대상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조항은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없던 것”이라며 “장애인, 아동 대상 범죄 등 사회적 약자들과 공익 고발, 신고 의무자 고발 등에 있어 시민들의 현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기권 이유를 설명했다.
형소법 개정안은 수사기관의 이른바 ‘별건 수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경찰 수사 중 시정조치 요구가 이행되지 않았거나 위법한 체포·구속이 이뤄진 경우, 고소인 등의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에 대해 검찰은 ‘해당 사건과 동일한 범죄사실의 범위’ 안에서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법안 표결에 앞서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으나, 박 의장은 필리버스터가 이미 종결된 안건은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는 국회법 조항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 의원은 표결 이후 발언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 의장을 향해 “사퇴하라”는 구호를 반복했다.
이들 법안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공포가 이뤄지면서 4개월 뒤인 9월부터 시행된다. 민주당은 이날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 결의안도 처리했다. 사개특위는 ‘한국형 FBI’로 불리는 중대범죄수사청을 1년 6개월 이내에 설립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검수완박 후속 보완작업으로 올 연말까지 활동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이라는 최우선 과제를 달성한 ‘여당’ 민주당은 민생 모드로 전환하며 ‘거대 야당’ 역할을 자처할 태세다. 조만간 정책위에서 마련한 새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각종 법안 개정을 통한 부동산 세제 완화책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출범 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는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계속해서 움켜쥐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법안 통과 직후 “오늘로써 형사사법 체계 개혁의 진일보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번 (검수완박 입법)과정에서 검찰 개혁이 미흡하다는 주장과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강한 의견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중재안은 여야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장시간 논의해 도출한 사실상의 여야 합의안”이라며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양당 의원총회에서 추인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이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문재인)대통령도 잘된 합의라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장은 “이번 합의는 정치권이 합의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합의”라며 “어느 일방에 의해 단적으로 부정당한다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 의회정치는 더는 설 땅이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중재안 합의를 번복한 국민의힘을 직격한 셈이다. 이어 “그동안 이번 안건을 국익과 국민이라는 관점에서만 처리해 왔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이번 과정에서 국민이 그렇게 비판하고 싫어하는 여야의 충돌이 있었다”고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박 의장에게 박수를 쳤다. 법안 통과에 반발하며 본회의에서 퇴장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갔다. 중재안 합의 당사자인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 32명과 함께 분수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국민들께 검수완박법을 제대로 막지 못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권 원내대표는 발언 직후 청와대 연풍문에서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구서를 전달했다. 그는 “임기 말까지 이렇게 국민을 무시하는 대통령을 본 적이 없다. 5년 내내 국민을 무시하고 멋대로 입법한 결과가 뭔가”라며 “임기 말 좋은 여건과 환경 속 다음 정부가 제대로 일할 기회를 줘야 하는데도 형편없는 성적으로 고통 속으로 내몬 정권이 문재인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임기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검찰청법과 형소법 개정안 공포안을 의결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