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서 만난 짜릿한 산·작품인 산·신성한 산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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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소금잔도·울렁다리 짜릿한 ‘소금산 그랜드밸리’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뮤지엄 산’에서는 몸과 마음 치유
‘치악산 황장목 숲길’ 걸으면 일상에서 쌓인 피로감 훌훌

강원도 원주시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절경과 스릴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출렁다리를 밟을 때마다 가슴 떨리는 짜릿함이 느껴진다. 강원도 원주시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절경과 스릴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출렁다리를 밟을 때마다 가슴 떨리는 짜릿함이 느껴진다.

‘가고는 싶지만 너무 멀어서 혹은 멀게 느껴져 망설이게 되는 곳.’ 부산에서 강원도는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심리적 거리도 멀다. 하지만 마음먹고 출발하면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 원주시는 부산에서 ‘강원도 당일 여행’이 가능한 마지노선이다. 강원도 여행 전문 새영남여행사 정경해 대표의 원주 힐링 여행에 동행해, ‘원주愛’ 푹 빠지게 한 ‘산’들을 걸었다.


■마음 울렁이게 하는 ‘소금산 그랜드밸리’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너무 아름다워 더 이상 가지 않고 멈춘 고개라는 뜻의 ‘간현(艮峴)’ 관광지에 있다.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흑수로 도라드니 섬강이 어듸메오, 치악이 여귀로다”라고 감탄했던 곳이다. 소금산은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이다.

출렁다리를 건너 소금잔도와 스카이타워, 울렁다리를 돌아 나오면 2시간가량 걸린다. 주차장에서 10분쯤 걸어가면 매표소이다. 가는 길 오른쪽으로 ‘철교’가 눈에 들어온다. 폐선된 옛 중앙선 철길로 지금은 레일바이크가 다닌다. 교각에 적힌 ‘때려잡(자)’ 글씨에 남북 분단의 상처가 남아 있다.

산길에 놓인 덱 계단 578개를 오르면 출렁다리를 만난다. 이곳에서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촬영하기도 했다. 높이 100m, 길이 200m의 출렁다리를 밟으면 ‘제대로’ 출렁거린다. 바닥마저 구멍이 숭숭 뚫린 터라 더없이 짜릿하다. 무섭다고 앞만 바라보고 가기엔 주변 풍경이 아깝다. 중간중간 멈춰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자. 아래쪽 섬강과 백사장, 저 멀리 소금잔도와 울렁다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소금산 절벽을 따라 설치된 소금잔도(오른쪽)와 울렁다리. 소금산 절벽을 따라 설치된 소금잔도(오른쪽)와 울렁다리.

출렁다리보다 길이가 배 긴 울렁다리. 출렁다리보다 길이가 배 긴 울렁다리.

출렁다리를 다 건너면 다시 입구로 돌아나가는 덱 길도 있다. 하지만 아찔함은 출렁다리가 제일 크니, 이곳을 무사히 건넜다면 소금잔도와 울렁다리까지 다 즐겨보길 권한다. 출렁다리를 건너 덱 산책로를 걸어가면 소금잔도. 중국 장가계가 떠오르는 소금잔도는 절벽을 따라 설치된 길이다. 높이 200m에 길이 363m로 역시 바닥에 구멍이 나 있어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건너편 출렁다리와 곧 건너갈 울렁다리, 간현관광지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소금잔도의 끝에는 전망대 스카이타워가 우뚝 서 있다. 150m 높이에서 뻥 뚫린 사방을 바라볼 수 있다. 스카이타워 계단을 내려오면 울렁다리로 이어진다. 울렁다리는 출렁다리 길이보다 배가 긴 404m로, 일부 구간이 투명한 유리로 돼 있다. 소금산 절경은 마음을 울리고 짜릿한 스릴에 마음이 울렁인다.


뮤지엄 산의 워터가든과 포토존으로 유명한 아치웨이. 뮤지엄 산의 워터가든과 포토존으로 유명한 아치웨이.

■마음을 편하게 내려놓게 되는 ‘뮤지엄 산’

‘무덤 같기도 하고 엄마 뱃속 같기도 한 돔 공간에 들어선다. 매트에 자리 잡으면 페퍼민트 아로마 오일을 손바닥에 떨어뜨려 준다. 따뜻하게 비벼 향을 맡으니 머릿속까지 시원하다. 굳어 있는 어깨와 목에 남은 오일을 발라 마사지한다. 긴장이 풀린다. 다음은 편히 눕기. 다리·팔·얼굴 등 몸의 근육을 긴장시켰다가 풀어 주기를 반복한다. 피로함으로 꽉 찼던 마음에 빈 공간이 생긴다.’ 뮤지엄 산의 명상관 체험이다.

해발 275m에 자리 잡은 뮤지엄 산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산(SAN)은 Space·Art·Nature의 첫 글자를 땄다. 스키장·골프장 등으로 이뤄진 복합리조트 ‘오크밸리’ 안에 있다. 뮤지엄은 웰컴센터,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본관, 스톤가든, 제임스터렐관으로 이어져 있는데, 마치 자연 속을 산책하는 듯한 동선이다. 파주석 담으로 둘러싸인 웰컴센터를 지나면 탁 트인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초록 잔디 위에 우뚝 서 있는 빨간 조형물이 강렬하다. 마크 디 수베로의 작품 ‘제라드 맨리 홉킨스를 위하여’이다. 제라드 맨리 홉킨스의 시 ‘황조롱이 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바람이 불면 새가 나는 듯 작품이 움직여 생동감을 준다.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는 뮤지엄 산의 명상관. 명상 체험을 할 수 있는 뮤지엄 산의 명상관.

하얀 자작나무 길을 지나면 뮤지엄 산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인 ‘워터가든’이 등장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물 위에 건물이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형 입구(Archway)’는 유명한 포토존이다. BTS의 RM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뮤지엄 본관은 종이 전문 박물관 ‘페이퍼갤러리’와 ‘청조갤러리’로 이뤄져 있다. 청조갤러리에서는 5월 29일까지 한국 근현대미술의 구상회화전이 열리고 있다. 도상봉·오지호·박수근·이중섭 등 14명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야외 카페 테라스는 ‘뷰 맛집’으로 유명하다.

신라고분을 모티브로 한 스톤가든도 이색적이다. 스톤가든과 조화를 이루는 명상관에는 남북으로 가르는 긴 창이 있어 시간마다 다양한 빛이 바닥에 그려진다. 뮤지엄 산의 끝자락에는 제임스터렐관이 있다. 빛과 공간의 예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만난다. 빛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 2차원과 3차원 넘나들기, 빛의 환영 등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치악산 황장목 숲길’

조선은 전국의 다섯 산을 신성하게 여겨 오악(五岳)이라 부르며 제를 올렸다. 원주의 치악산은 동악(東岳)이었다. 서악은 구월산, 남악은 지리산, 북악은 묘향산, 중악은 계룡산이다. 신성한 곳이라니 걷기만 해도 왠지 모를 기운이 솟는다.

치악산 구룡사 일대에는 4만 5000여 그루의 황장목(黃腸木)이 자라고 있다. 더 익숙한 명칭인 ‘금강소나무’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산림학자가 이름 붙인 것이다. 황장목은 ‘누런 창자 나무’란 뜻으로 속이 붉은 나무를 말한다. 조선 시대에는 왕의 관이나 궁궐 건축용으로 쓰기 위해 황장금표(黃腸禁標)를 설치해 관리했다. 일반인의 벌채를 금지한다는 표시다. 치악산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3개의 황장금표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숲길 입구에서 돌에 새겨진 '황장금표'를 볼 수 있다.


황장목이 하늘로 쭉쭉 뻗어 있는 치악산 황장목 숲길. 황장목이 하늘로 쭉쭉 뻗어 있는 치악산 황장목 숲길.
용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치악산 구룡사 옆 용소. 용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치악산 구룡사 옆 용소.

구룡사에는 아홉 마리 용의 전설이 전해진다. 한 스님이 용이 살고 있던 연못 자리에 절을 지으려고 했다. 결국 스님과 용은 도술을 겨뤘고, 시합에서 진 용 9마리 중 8마리는 동해바다로 달아났다. 치악산에 있는 8개의 계곡이 그 흔적이라고. 남은 한 마리는 눈 먼 용이라 달아나지 못하고 용소에 들어갔다. 스님은 용을 기리는 뜻에서 절 이름을 구룡사(九龍寺)라 했다. 오랜 세월 후 사세가 쇠퇴하자 거북바위의 등에 구멍을 뚫어 혈을 끊었다가, 이후 거북바위의 혈을 다시 잇는다는 뜻에서 거북의 구룡사(龜龍寺)로 바뀌었다고 한다. 한 마리 남은 용은 몇 백 년을 혼자 지내다가 거북이에게 업혀 동해바다로 가는 길에 계곡물에 세수했더니 눈이 번쩍 떠졌다고 한다. 그곳이 바로 세렴폭포다.

전설이 더해지니 숲길이 더 흥미롭다. 쭉쭉 시원하게 뻗은 황장목을 따라 맑은 계곡이 흘러내린다. 경쾌한 물소리에 마음까지 시원해지고, 푸른 기운이 온몸으로 들어오는 듯하다. 구룡사를 지나면 한 마리 용이 머물렀다던 ‘용소’가 있다. 하늘 향해 높게 뻗은 나무와 곳곳에 소담스럽게 핀 노란 겹황매화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된다. 최대한 느리게 느리게 걷고 싶은 길이다.


◇여행 팁: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이달부터 새 요금이 적용됐다. 성인(13세 이상) 9000원, 어린이(7세 이상 13세 미만) 5000원이다. 운영 시간은 하절기 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 오전 9시~오후 5시. 매월 첫째·셋째 주 월요일과 설날·추석 당일은 휴장한다. ‘뮤지엄 산’의 관람 요금은 나뉘어져 있다. 기본권(야외가든+종이박물관+미술관)은 성인 1만 9000원, 소인(초·중·고교생) 1만 1000원이며, 명상권(기본권+명상관)과 제임스터렐권(기본권+제임스터렐관)은 성인 3만 5000원, 소인 2만 5000원이다. 통합권은 성인 4만 원, 소인 2만 8000원. 명상관과 제임스터렐관은 당일 선착순으로 현장 발권한다. 전시 해설도 진행 중이니 미리 체크하고 가면 좋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치악산 황장목 숲길에는 문화재구역인 ‘구룡사’가 있기 때문에 문화재관람료(성인 3000원)를 받는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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