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 밀 경쟁력 제고 위해 정부가 적극 육성해야”
김호규 ‘합천 우리밀 영농조합법인’ 상임대표
전국에 합천 우리 밀 종자를 나눠주며 토종 밀 살리기에 매진하는 사람이 있다. 경남 합천군 ‘합천 우리밀 영농조합법인’ 김호규(67) 상임대표가 주인공이다.
김 상임대표의 고향은 합천군 초계면이다. 농민운동을 하면서 1986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의 우리 밀 사랑은 예상과 달리 ‘밀주’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선배 부친이 술을 좋아해 술을 빚어주기 위해 밀을 재배하기 시작했다”며 “벌써 35년 전인 1987년의 일”이라고 회상했다.
1987년 합천서 우리 밀 재배 시작
2006년 법인 결성, 연간 870t 생산
수매가 보장 정책 등 정부 지원 필요
이렇게 재배를 시작한 합천 우리 밀은 1991년 명동성당에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거기서 우리 밀 종자를 나눠 주기 시작한 것이다. 소문을 들은 전국의 농민들이 우리 밀 종자를 얻기 위해 합천군 초계면을 찾아오면서 합천이 우리 밀의 시배지로 거듭나게 됐다.
현재 합천군에서는 515명이 218ha의 면적에서 우리 밀 870t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700t은 출하하고 잔여 물량은 정부수매에 참여한다. 특히 우리 밀은 벼 수확 후 10월 중순에 파종해 이듬해 6월 중순께 수확하는 이모작 재배다. 농가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는 셈이다.
특히 김 대표는 2006년 합천 우리밀 영농조합법인을 결성하고, 계약재배로 생산한 밀을 ‘주식회사 우리밀’에 전량 수매 납품했다. 농가가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조합법인은 2008년부터 3년간 잡곡프로젝트사업 우수상과 최우수상을 휩쓸면서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도 수많은 상을 받아 그동안의 우리 밀 육성 노력을 인정받았다. 합천군민의 장 농민장, 세계농업기술상, 자랑스런농어민상과 국무총리 표창 등 수상 이력을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밀은 99%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현재 수입 밀이 13년 만에 최고 기록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1% 수준인 우리 밀 자급률을 5%대인 3만ha면적에 12만t 생산량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올 3월 수입 밀 가격은 t당 400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밀 수입량은 42만 9000t으로 수입 금액이 1억 7245만 달러에 달한다. 2008년 12월 이후 13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정부의 세심한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그는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개선해 우리 밀이 더욱 안정적으로 재배되고 확대되도록 정부가 적극 육성해야 한다”며 “우리 밀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재배농가 육성과 계약재배를 통한 단지조성 확대가 꼭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농가 고령화와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파종부터 수확까지 일괄 기계화를 확대해야 한다”며 “우리 밀 수매가격 보장 정책, 농가 교육, 생산자재 등을 지원해 합천 우리 밀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육성이 필요하다”고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류영신 기자 ysry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