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한·중·일 3국의 시점에서 본 국경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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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국경 쟁탈전 1881-1919 / 쑹녠선

‘구글 어스’나 지도를 통해 두만강 하구를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영토가 교묘하게 겹쳐 있어서다. 서로 어느 지점을 차지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그에 얽힌 사연이 간단할 리 없을 터.

<두만강 국경 쟁탈전 1881-1919>은 이런 궁금증을 가진 이라면 당장 집어 들 책이다. 내용은 두만강이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국경선으로 확정되기까지의 역사적 과정으로 채워졌다. 저자는 수십 년에 거친 국경 분쟁의 맥락을 한·중·일 3국의 시점에서 다층적으로 설명한다. 국경의 역사적 의미가 시대마다 달랐기 때문이다.

이 책은 두만강을 사이에 둔 교류와 소통의 기억을 소환하고 있다. 영토 주권에 집중했던 기존의 연구와 다른 점이다. 국경을 단절하고 구분하는 경계선으로 보는 민족국가 중심의 분절적 서사는 자칫 충돌과 대립을 필요 이상으로 강조할 수 있으니까.

저자는 청의 ‘내지화(內地化)’와 일본의 ‘식민화’, 한국의 ‘독립’이라는 세 종류의 ‘탈(脫) 변경’의 각축전 속에서 국민, 국경, 국가, 영토 등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등장했다고 파악한다. 두만강에서 국경을 정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 3국이 국가와 국민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만주 한국인의 정체성도 다룬다. 그들은 국경을 초월한 사람의 집단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는 분단되었고 그들은 한국계 중국인이 되었다. 이 책은 두만강 국경이 만들어낸 중국 조선족 집단의 형성사이기도 하다. 쑹녠선 지음/이지영·이원준 옮김/너머북스/464쪽/2만 8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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