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발암물질 배출 공장 허가 철회하라”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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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 ‘산세 공장’ 주민들 반발

고성지역 농·어업인과 주민, 환경단체, 청년대표 등으로 구성된 반대투쟁위원회는 지난 4일 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독산단 산세·도장공장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반대투쟁위 제공 고성지역 농·어업인과 주민, 환경단체, 청년대표 등으로 구성된 반대투쟁위원회는 지난 4일 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독산단 산세·도장공장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반대투쟁위 제공

경남 고성군이 대독일반산업단지에 들어설 ‘산세 공장’을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산세 공장은 스테인리스강을 생산할 때 황산이나 염산 등을 이용해 표면에 부착된 부산물을 제거하는 시설이다.

주거지 코앞에 발암물질 공장을 허가했다는 비판에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고성군이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9일 고성군에 따르면, 대독산단에 입주한 한 중소 기자재업체가 최근 경남도와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산세·도장공정 허가를 받아 공장을 건립 중이다. 도장시설 시공은 이미 마무리 단계고, 지금은 산세 공정 설비 공사가 한창이다. 계획대로라면 이달 말 준공해 내달 가동에 들어간다.

문제는 이를 인근 마을 주민들이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대독산단 반경 1km 이내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비롯해 학교, 어린이집, 유수지 생태공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공론화 절차는 없었다.

주민들은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주민 생활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산세 공정에선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니켈을 비롯해 각종 유해물질이 발생한다.

대책위원회를 꾸린 주민들은 “기업 유치 명목 아래 발암물질 공장을 허가하면서 단 한 번의 주민설명회도 없었다”면서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또 산단 승인이 난 2009년 당시와 생활환경이 많이 바뀐 만큼 환경영향평가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까지 가세해 논란이 가중되자 고성군이 적극 해명에 나섰다. 군은 공장의 밀폐된 4개 공간에서 2곳은 로봇이 도장공정을 진행해 노동자 출입이 거의 없고, 집진 설비로 먼지와 페인트 냄새를 완벽하게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세 처리장은 최신 환경설비로 구축돼 황산화물이 0.78ppm(허용기준 200ppm)으로 법정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게 배출된다고 강조했다. 폐수는 전량 전문업체가 위탁 처리하는데, 수거 차량마다 GPS가 설치돼 있어 언제든 추적할 수 있다. 여기에 주민 대표와 환경단체, 전문가가 포함된 환경감시위원회를 꾸려 수시로 작업 공정과 배출시설 감시 활동을 벌여 환경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4일 고성군청 앞에서 집회를 연 대독산단 산세·도장공장 반대투쟁위원회가 현장에서 산세 처리에 쓰이는 약품을 작업복에 발라 역한 냄새와 함께 변색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반대투쟁위 제공 지난 4일 고성군청 앞에서 집회를 연 대독산단 산세·도장공장 반대투쟁위원회가 현장에서 산세 처리에 쓰이는 약품을 작업복에 발라 역한 냄새와 함께 변색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반대투쟁위 제공

하지만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다. 결국 백두현 군수가 직접 나섰다. 기자회견을 자청한 백 군수는 “법적으로나 행정절차 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손 치더라도 군민 정서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해 불안하게 했던 점에 대해 행정 책임자로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군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행정절차와 관련된 모든 서류는 전부 공개하라 지시하고, 산세 공장에 대한 모든 작업을 중단하도록 권고했다”면서 “조만간 민관 협의회를 구성해 여기서 논의된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협의회가 ‘허가 취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그에 맞춰 행정 행위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거부감은 여전하다. 지역 농·어업인과 주민, 환경단체, 청년대표 등으로 구성된 대독산단 산세·도장공장 반대투쟁위원회는 지난 4일 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허가 취소’를 촉구했다. 투쟁위는 “공장 건립을 막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면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절차도 함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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