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 추가사업 선정 ‘0’… 이름뿐인 부산 블록체인 특구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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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블록체인 특구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였다. 부산시가 6개의 추가사업 후보를 모아 중소벤처기업부에 추천했지만 모조리 탈락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현재 진행 중인 특구 사업이 사업기간을 다 채우고 끝나면 당분간 ‘특구 사업’ 없는 ‘특구’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9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시는 지난해 말 규제 특례가 필요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 사업모델을 모집해 올해 초 중기부에 특구 사업으로 추천했다. 특구 사업이란 신기술의 사업화 과정에서 기존 법 제도가 신기술의 활용을 막거나 제한할 경우 해당 사업모델에 한해 일정 기간 규제 적용을 면해주는 특례 사업이다. 해당 특구의 지자체가 사업자와 사업 모델을 발굴해 중기부로 추천하면 중기부가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특구 사업 선정 여부를 결정한다.


시, 6개 추가사업 후보 중기부 추천

가상자산·부동산 거래 플랫폼 등

사업 선정 과정서 모두 탈락 확인

규제·부처 공감대 두 조건 미충족

현재 진행 사업들 올해 말 기간 종료

내년 ‘사업 없는 특구’ 전락 위기


올해 부산시가 블록체인 특구 추가사업으로 추천한 사업은 모두 6개. △디지털자산 커스터디(수탁) 서비스 △블록체인 기반의 교육토탈저작권 관리 서비스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및 실물자산 거래 플랫폼 △블록체인 기반 시민참여형 전시고도화 서비스 △블록체인 기반 비대면 디지털 텔레헬스 플랫폼 △블록체인 기반 야구 생태계 활성화 플랫폼이다.

중기부는 6월말이나 7월초 특구 추가사업 선정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중기부 등에 따르면 부산시가 추천한 6개의 블록체인 특구 추가사업은 선정 과정에서 모조리 중간 탈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탈락 이유는 사업별로 다양했다. ‘디지털자산 커스터디 사업’은 가상자산에 대한 당국의 부정적인 시각이 여전히 장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을 추진했던 A사 관계자는 “중기부에서 수차례 발표까지 마치며 선정 후보까지 올랐지만 결국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부정적 의견 표시로 탈락했다”며 “대선 과정에서 양 당의 후보가 모두 가상자산 활성화를 주장했지만 정작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했음을 확인했다”고 털어놓았다.

부산시의 1차 후보자 검토 과정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거래 플랫폼 사업’은 이미 블록체인 추가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집합투자(조각투자) 사업’과 유사한 형태다. 기존 특구 사업과 유사한 형태의 사업은 특구 사업 지정에 불가함에도 이번 추가사업 후보로 뽑혔다. 그 외 일부 사업들은 굳이 규제 면제의 특례 없이 현행 법 아래에서도 충분히 사업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중도 하차하기도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특구 사업으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사업 걸림돌로 인정되는 규제’가 있어야 하고, 또한 사업에 대한 ‘관련 부처와의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이번에 부산시로부터 제안된 사업모델 중 이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것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가급적 많은 사업이 선정되기를 바라며 신청 기업이나 사업 모델에 큰 문제가 없다면 희망 사업 대부분을 중기부에 추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추천한 사업이 모조리 탈락한 만큼, 오히려 가능성이 큰 사업에 집중해 관련기관에 사업의 타당성을 집중 설득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라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현재 진행 중인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집합투자 사업’과 ‘블록체인 기반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이상 추가사업)이 올해 말로 사업기간이 종료된다. 1차사업이었던 ‘디지털바우처 발행 사업’은 사업성과가 미미해 사업기간을 내년 8월까지 연장했지만, 사실상 시민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바우처(전자화폐) 발행은 중단된지 오래다.

결국 이대로 추가사업을 발굴하지 못한다면 내년에는 자칫 ‘특구 사업’ 없는 ‘특구’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중기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향후 추가사업 공모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공모 일정의 경우 지난해 10월부터 사업모델을 신청 받아 이르면 올 6월말에 최종 사업이 선정되는 등 그 과정에 8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 기간은 2024년 8월까지이다. 이후에는 그간의 특구 지정 성과 등을 고려해 특구 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지금처럼 특구 사업 발굴조차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경우 부산 블록체인 특구 그 자체마저 2024년에 종료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기존에 탈락한 사업 내용을 보완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한편 중기부의 향후 공모 일정을 앞당길 수 있도록 애쓰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특구 사업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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