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픈카 사고 '1심 살인 무죄' 남친…검찰, 위험운전치사 혐의 추가
만취 상태로 렌트한 오픈카를 몰다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제주 오픈카 사망 사건' 피고인에 법원이 지난해 1심에서 '살인 혐의' 무죄를 선고한 가운데, 검찰이 항소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위험운전 치사 혐의를 추가했다.
11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광주고법 제주 형사1부(이경훈 부장판사) 심리로 A(35) 씨에 대한 항소심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검찰은 A 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유지하면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 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겠다며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예비적 공소사실은 주된 공소사실(주의적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추가하는 공소 사실이다. 항소심에서도 살인 혐의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술에 취한 채 차를 몰다 사고를 내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혐의라도 인정해달라는 취지다. 형사소송법상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재판부는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서만 심리·판결할 수 있다.
앞서 A 씨는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께 제주시 한림읍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렌터카를 물고 가다 사고를 내 조수석에 타고 있던 여자친구 B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살인 및 음주운전)로 불구속 기소 됐다. A 씨는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만취 상태에서 시속 114㎞로 질주하다 왼쪽으로 굽은 도로에서 연석을 들이받은 뒤 도롯가에 세워져 있던 경운기를 들이받았다. 사고가 난 차량은 일명 '오픈카'라고 불리는 컨버터블형 차량으로 당시 안전벨트를 하지 않은 채 조수석에 탔던 B 씨는 차 밖으로 튕겨 나갔다. B 씨는 이 사고로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불명 상태로 지내다 2020년 8월 결국 숨졌다.
경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A 씨를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카카오톡 문자와 블랙박스 녹음 파일 내용 등을 바탕으로 A 씨가 고의로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A씨가 B 씨에게 '안전벨트 안 맸네?'라고 말하고 난 뒤 곧바로 차 속도를 올리다 사고가 발생한 점을 확인했고, 이를 고의 사고의 증거로 제시했다. 또 검찰은 "피고인은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자백했지만, 살인에 대해서는 사고 상황에 대해 충격으로 단기 기억상실이 일어나 기억이 안 난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면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A 씨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당시 재판부가 검찰에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할 것을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A 씨는 살인과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만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A 씨의 살인 혐의는 무죄로 보고, 음주운전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A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과 준법 운전 강의 수강 40시간을 명했다.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의 위험한 운전으로 동승자인 피해자가 목숨을 잃은 점이 충분히 인정되지만, 기소되지 않은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