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급등에 수입 비중 높은 동남권 기업 ‘휘청’
BNK경제연 ‘시장 동향’ 보고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동남권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남권은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아 타 지역보다 가격 상승에 더 큰 악영향을 받고 있었다.
BNK금융그룹 소속 BNK경제연구원은 12일 ‘원자재 시장 동향과 지역경제 시사점’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급등 중이다. 전년 대비 50.5% 급등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은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4% 올랐다.
1분기 글로벌 원자재가 45%↑
동남권 원자재 수입 비중 72%
전국 평균 49% 비해 크게 높아
무역수지 흑자 폭 축소 이어져
고물가·금리·환율 3중고 직면
원자재별로는 천연가스, 석탄 등 에너지 부문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에너지 부문은 지난해 66.6% 상승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62.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속 부문과 농산물 부문 역시 올 1분기 각각 28.7%, 24.4%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급망 혼란 수준을 보여주는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GSCPI)도 지난해 말 4.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지수가 개발된 1997년 이후 최대치이다.
연구원은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수급 불균형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차질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동남권 경제를 흔들고 있다. 원자재 수입이 많아 가격 급등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동남권의 산업구조인 탓이다. 총수입 중 원자재 비중은 동남권이 71.9%로 전국 평균(49.2%)에 비해 월등히 높다.
실제로 동남권의 올 1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했으나, 원자재 수입액도 함께 증가하면서 무역수지 흑자폭이 축소됐다.
일반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할 때 제조업 생산원가는 평균 0.4% 상승한다. 그러나 철강(1.8%), 석유화학(1.5%), 금속(1.1%), 선박(0.9%), 자동차(0.8%) 등 동남권 주력 업종의 생산원가 상승 폭은 제조업 평균보다 높다.
특히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동남권 소비자물가는 올해 4월 4.7% 상승했다. 199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이처럼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향후 기준금리 상승 등 긴축정책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비용도 증가해 기업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울러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고환율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 주요국 원자재 수출 중단 등 기업의 경영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다만, 주요국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고 중국 내 대도시 봉쇄에 따른 수요가 위축되면서 하반기 원자재 가격의 상승률은 상반기보다는 소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영두 BNK경제연구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활력이 크게 약화한 동남권 기업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만큼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