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원 중 도주 ‘수십억 사기범’ 두 달 만에 검거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상품권 사기로 구치소 수감 중
안과 질환 치료 병원서 달아나
도주 과정 조력자 여부 등 조사

부산경찰청 건물 전경 부산경찰청 건물 전경

속보=수백억 원에 달하는 사기를 치고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도주한 50대 여성(부산일보 4월 4일 자 8면 보도)이 도주 두 달 만에 검거됐다.

13일 부산고법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2일 오후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인근의 한 아파트에서 숨어지내던 50대 여성 A 씨를 붙잡았다.

A 씨는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부산구치소에 수감됐다가 구속집행정지 기간 중에 도주했다.

올해 1월부터 부산고법 형사2부의 심리로 항소심을 치르고 있던 A 씨는 안과 질환을 이유로 입원 치료를 요구했다. 부산고법은 구치소와 검찰의 의견을 토대로 A 씨의 입원치료를 허용했다.

주거지를 부산의 한 대학병원으로 제한하고 3월 14일까지 복귀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A 씨는 입원 중에 도주해 종적을 감췄고 이후 두 달간 행방이 묘연했다.

A 씨는 서민들에게 수십억 원대의 사기를 치고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부산 서면에서 상품권 거래업체를 운영하며 상품권 구입 중개업무를 해왔다.

당시 수십억 원의 빚을 안고 있었던 A 씨는 2019년 9월 피해자들에게 “돈을 맡기면 상품권 중개업무로 돈을 불려 주겠다”고 속였다. 이런 방식으로 피해자들에게 46억 2000만 원을 송금받아 자신의 채무 변제에 사용했다.

A 씨의 사기행각은 재판에서 인정된 범행 외에도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가족·친지로 이뤄진 한 피해자 그룹은 올해 1월 부산진경찰서에 A 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의 피해 금액은 70억 원에 달한다.

또 다른 피해자 그룹은 A 씨가 사업에 돈이 필요하다고 해 15억 원가량을 빌려줬으나 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한 피해자는 “경남 진주시에 사는 다른 고령의 피해자 그룹은 50억 원가량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안다”며 “수천만~수억 원 단위의 개인 피해자들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도주 이후 부산지검은 A 씨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고 전담팀을 만들어 신병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공조 요청에 의해 신병을 확보한 것은 아니고, 자체적으로 수사 중인 별도의 사건에 관해 체포 영장을 받아 검거했다”며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려우나 도주 과정에서 조력자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