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의도적 ‘곡물 전쟁’ 일으켜 글로벌 식량 위기 초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식용유 등 세계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독일은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의도적으로 '곡물전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은 주요 항구를 점령한 러시아의 봉쇄로 중단된 상태다. 전쟁은 우크라이나 경제 타격을 넘어 세계적인 식량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CNN방송,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교장관은 독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곡물전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쟁 상황에서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오데사항 등을 집중포격해 수출길을 막는 등 곡물 수출과 비료 수입을 못하게 봉쇄하고 있다.
베어복 독일 외교장관 기자회견
“우크라 오데사항 등 집중 포격
곡물 수출·비료 수입 봉쇄해”
농업장비·씨앗 등 약탈도 비판
“핀란드 나토 가입은 실수” 푸틴
혈액암 수술 등 또 건강 이상설
베어복 장관은 "러시아의 행위로 인해 공급이 중단되고 있고, 물가는 측정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고 있다"면서 "독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 세계가 그렇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가 야만적인 기아 위협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주요 곡창지대로 전세계 밀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농업 생산력을 급격히 약화시키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농장의 농업장비, 곡물 씨앗 등을 대거 약탈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군인들이 개전 이후 곡물 40만t을 약탈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베어복 장관은 러시아가 전쟁으로 굶주림, 사회 불안, 에너지 불안을 일으키고 민주적 가치를 급격히 훼손하고 있다면서,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역정보를 통한 인권유린까지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핀란드가 지난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공식화하고 16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신청이 확실시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중립국 지위 포기와 나토 가입은 실수"라고 경고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14일 푸틴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나토 가입 계획을 설명하자, 푸틴 대통령은 이처럼 말한 뒤 "러시아는 핀란드 안보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나토 가입은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영에너지기업은 또 14일부터 핀란드에 대한 전력 수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관련, 터키가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나토 동진'이 암초를 만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터키는 앞서 13일 “스웨덴 의회에는 쿠르드노동자당(PKK)과 같은 테러 단체들이 들어가 있다”면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터키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14일 다시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스웨덴 측과 논의와 협상을 하고자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나토 규정에 따르면 신규 회원국 가입은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푸틴 대통령은 또 혈액암에 걸렸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건강 이상설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미국 잡지 뉴 라인즈는 익명의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가 지난 3월 중순 미국 벤처 투자자와 통화하며 “푸틴 대통령이 혈액암에 걸려 매우 아프고,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관련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는 통화 녹음을 입수해 보도했다. 14일 영국 더타임스도 이를 인용해 보도했으며, 전날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장도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암으로 심각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