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골목골목 누빈 아이유·이정재, 칸 레드카펫 오른다
부산 로케이션 영화 3편 칸 초청
경쟁 부문 ‘브로커·헤어질 결심’
비경쟁 진출 이정재 감독 ‘헌트’
영상위 “부산 매력 해외 알릴 기회”
올해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한국영화 두 편(브로커, 헤어질 결심)이 부산에서 촬영돼 화제다. 또 비경쟁 부문에 진출한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헌트)도 6개월 동안 부산에서 촬영해 총 3편의 부산 로케이션 영화가 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16일 부산영상위원회에 따르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는 지난해 약 두 달 동안 연산동, 전포동, 다대포해수욕장 등 부산 지역 13곳에서 촬영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 모든 촬영을 진행한 영화로, 영화 속 여정의 출발지가 바로 부산이다. ‘브로커’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로드무비 형식이다.
로케이션을 담당했던 손일성 부산영상위 영상사업팀 대리는 “제작팀이 헌팅 단계에서부터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은 실제로 모두 부산에서 찍고자 했다”며 “특히 이지은(가수 아이유) 배우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코로나 와중에도 많은 인파가 몰려 촬영 현장 통제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8년 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고레에다 감독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아이유의 팬이 됐다고 제작보고회에서 밝혔다. 드라마에서 아이유를 볼 때마다 울었다는 그는 영화 속 아기 엄마 역할을 할 사람은 아이유뿐이라고 생각해 출연 제안을 하게 됐다고도 말했다.
박찬욱 감독의 네 번째 칸 경쟁 부문 진출 영화 ‘헤어질 결심’은 2020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부산의 23곳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장소는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를 비롯해 금정산, 한국해양대, 기장 도예촌 등이다. 특히 부산 16개 구·군 중 총 14개 구·군에서 촬영을 진행해 부산 전역의 다채로운 모습이 영화에 담길 것으로 기대된다.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된 배우 이정재의 연출 데뷔작 ‘헌트’는 지난해 부산에서 가장 오랜 기간, 가장 많은 로케이션에서 촬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약 6개월 동안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부산진역, 옛 부산외국어대 우암캠퍼스 등 17개 장소에서 촬영을 완료했다. 코로나 탓에 일본 현지 촬영이 여의치 않아 영화 속 일본 장면의 상당수를 부산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리는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고, 부산 곳곳에 일본 문화가 많이 스며들어 있어 촬영 장소로 적합했던 것 같다”며 “부산에서 촬영을 시작해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의 첫 촬영지가 중구 남포동 부산호텔 앞 거리가 됐다는 점도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특히 ‘헌트’의 촬영을 위해 영주고가교 부근을 교통 통제해야 했는데, 부산 동부경찰서와 중부경찰서 두 곳의 허가를 받는 등 경찰의 협조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또 이 영화는 부산에서 건설 중인 터널 공사장을 처음으로 촬영지로 활용하기도 했다.
한국영화 두 편이 동시에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은 5년 만이다. 김인수 부산영상위 운영위원장은 “한국영화, 특히 부산에서 찍은 영화들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진출해 주목을 받게 돼 기쁘다”며 “초청작의 훌륭한 작품성과 함께 부산 로케이션의 매력을 해외 관객에게 알릴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제75회 칸 영화제는 17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정주리 감독이 연출하고 배두나가 주연한 한국영화 ‘다음 소희’가 올해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됐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