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명에 ‘국립’ 붙이면 나으려나… 지방 국립대, 안간힘
부산 지역 국립대들이 교명에 '국립'을 넣는 방안을 잇따라 추진한다. 국립대의 위상을 강조해 지방대의 위기를 넘어보려는 자구책이다.
한국해양대학교는 학교 구성원 등을 대상으로 교명 앞에 '국립'을 부기하는 방안에 대해 동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 13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는 설문조사의 대상은 학생과 교직원, 동문과 지역주민 등이다.
한국해양대는 설문조사 결과 동의 여론이 우세하면 이를 근거로 교육부 승인을 거친 뒤 교명을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고등교육기관의 교명 사용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교명을 바꾸려는 대학은 학교 안팎의 의견을 수렴해 교육부에 교명 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한국해양대, 교명 변경 설문조사
부경대·안동대, 교육부에 신청
학생 수 감소 추세에 위기 의식
정체성 드러내 인재 모집 복안
“정부 차원 장기계획 필요” 지적
한국해양대 도덕희 총장은 “과거에 비해 국립대로서 인지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국립대의 정체성과 강점을 충분히 드러내기 위해 교명 변경을 추진하게 됐다”며 “다른 지역 국립대들도 교명에 ‘국립’을 붙이려는 추세를 감안했다”고 밝혔다.
한국해양대는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52명을 추가 모집해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2학년도 모집에는 수능 지원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고, 추가등록 차수도 늘려 추가 모집인원이 14명으로 줄었지만, 장기적인 학생 수 감소 전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해양대는 비슷한 이유로 ‘해양국립대학교’로 교명 변경을 추진하던 목포해양대와 마찰(부산일보 2021년 7월 28일 자 2면 보도)을 빚기도 했다. 이후 교육부는 유사 교명으로 인한 혼선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목포해양대에 교명 변경 불가를 통보했다.
부산 국립대가 교명에 ‘국립’을 더하려는 움직임은 처음이 아니다. 부경대도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지난해 10월 교육부에 '국립'을 교명에 붙여 변경해달라고 신청한 뒤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에는 경남 진주의 경상대와 경남과학기술대가 통합하면서 ‘경상국립대’로 교명을 결정하기도 했다.
국립대의 교명 변경 추진은 학령인구 감소로 경쟁률 하락과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방 국립대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 중 하나다. 대외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국립대가 지닌 저렴한 등록금 등의 강점을 부각하려면 교명에 '국립'을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부경대 관계자는 “아직은 충원율이 높은 편이지만 추이를 봤을 때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국립’을 강조해 인지도를 높여 위기를 넘어서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교명 변경을 신청한 안동대 관계자도 “지역 내에서는 안동대가 국립이라는 걸 알지만 지역 밖 인지도는 낮은 편이 사실”이며 “특히 입시를 앞둔 학생들이 대학명을 떠올릴 때 국립대로서의 장점이 직관적으로 연상되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국립대의 교명 변경이라는 '자구책'을 넘어 학생 수 감소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거점 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증액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서는 빠진 상황이다.
대학교육연구소 황희란 연구원은 “교명이 충원율을 높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는 없겠지만 ‘지방대’ 자체가 학생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실을 이겨내려는 노력으로 보인다”며 “정부 차원에서 지방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