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리 표결 전 정호영 거취 정리 없다”… 여야 ‘치킨게임’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을 하는 가운데 여야의 대치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면 총리 인준안 가결을 고려하겠다는 야당의 물밑 요구에도 요지부동이어서 양측이 ‘치킨 게임’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야당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는 취재진의 질문에 “상식에 따라 잘 처리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총리 인준안을 부결시키는 초강수를 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총리 후보자 인준 전까지 윤 대통령은 아무 액션이 없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인사를 놓고 거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장관을 내주고 총리를 지키는 식의 정치적 거래를 시도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될 경우 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정 후보자 논란을 일개 장관의 인사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국회 인사청문 과정을 통해 명백한 불법이나 불공정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보고, 여론에 떠밀리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해갈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힘이나 숫자로 밀어붙이는 ‘반지성주의’ 프레임이 경우에 따라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윤 대통령의 취임사와도 일맥상통한다.
민주당은 전관예우 문제 등을 들어 일찌감치 한 후보자에 일찌감치 ‘부적격’ 결론을 내렸지만,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의 인준안을 부결시켰을 경우의 영향 등을 고려해 당론을 정하지는 않았다.
표면적으로는 반대표를 던져 한 후보자를 낙마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당 주변에서는 20일 본회의를 앞두고 열릴 의원총회에서도 인준안 부결을 위한 반대투표를 당론으로 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9일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첫 출발하는 단계라는 점을 조금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인준안을 부결시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민주당 내부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주변에서도 양 측의 극단적 대립을 막기 위해 분주하게 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부 여당 의원은 “총리를 인준해주면 윤 대통령이 모른 척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민주당 측의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 인준안을 대승적으로 처리해주면 정 후보자를 자진 사퇴 형식으로 정리하는 방안이 여권의 물밑 카드로 거론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