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공간에서 만나는 두 전시…여성노동&팬데믹
부산 공간 힘 ‘끈적이는 바닥’
여성노동 탐구, 가치 재정의
김해 사랑농장 ‘살균, 비-살균’
바이러스 둘러싼 현상 조명
여성의 노동을 재정의하는 전시, 코로나19 팬데믹 속 현대사회를 들여다보는 전시. 부산과 김해의 두 신생공간에서 예술가의 시선으로 사회를 분석하는 자리가 펼쳐지고 있다.
■공간 힘-여성노동을 보다
2022 기획전시 ‘끈적이는 바닥’은 사회적으로 저평가되어 온 여성의 노동을 주목하는 전시로 윤혜주, 조영주 작가가 참여한다. 두 작가는 중앙이나 자본가·남성의 시선이 아닌, 지역·노동자·여성의 시선으로 여성 스스로가 정의하는 노동의 가치를 탐구했다. 이를 통해 여성 노동자가 위치한, 중심의 ‘가장자리’와 꼭대기가 아닌 ‘아래’로부터 사회의 구조를 작업으로 다시 읽어냈다.
윤혜주 작가는 밀교계의 실천 불교인 진각종 내 여성 신자들에게 주목했다. 작가는 종교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종교적 의미의 수행과 사회적 의미의 노동 사이 간극을 들여다본다. 영상 ‘사랑의 노동’에는 종단 건물의 유지·관리 노동을 맡은 여성 신자(보살)의 모습과 목소리가 담겼다. 지하에 설치한 ‘공포’는 종단을 떠받치는 보살들의 노동을 지붕 처마를 떠받치는 전통 건축물의 한 요소인 공포에 빗댄 작품이다. 작가는 지하 공간의 보를 떠받치는 기둥을 만들고, 건축 단열재로 쓰이는 아이소핑크로 공포를 만들었다.
조영주 작가는 영상 작품 ‘불완전한 생활’을 선보인다. 출산과 육아를 겪으며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떠올렸던 순간을 일상의 이미지와 언어로 표현한 6채널 영상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하와 2층 전시장에서 각각 2채널, 3채널로 나누어 5채널 영상을 재생한다. 영상 속 “여자들은 어딜 가든 항상 새로운 직장 같아요”라는 노동자의 말처럼 ‘오를 곳이 없는 노동, 불완전한 노동’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여성 노동자의 ‘쾌활함’이 스스로가 구축한 밝음으로 재정의되는 모습도 담아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역에서 만난 여성 노동자를 인터뷰한 기록을 담은 아카이브 ‘끈적이는 바닥’도 같이 공개된다. 전시는 6월 10일까지 공간 힘(부산 수영구 수미로50번가길 3)에서 열린다.
■사랑농장-팬데믹을 읽다
‘살균, 비-살균’ 전시는 코로나 시대 바이러스를 둘러싼 현상들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돌아본다. 현대인은 각종 화학약품을 동원해 집과 물건, 신체를 살균한다. 공기를 정화하고 습기도 소독한다. 타인이나 모르는 것은 ‘바이러스’처럼 느낀다. 작가들은 바이러스를 둘러싼 현상에서 자본과 사회정치적 문제도 같이 읽어낸다. 전시에는 김덕희, 박준호, 박재훈, 이병수, 최선, 최수환 등 작가 6명이 참여한다.
박재훈 작가는 살균을 위한 공간처럼 보이는 ‘샤워룸’ 영상을 통해 개인적인 공간에서조차 강요받는 ‘공공위생’을 표현한다. 박준호 작가는 쌀을 소재로 포대화상 모습의 작은 조각을 만들고, 이 조각이 부패하여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병수 작가는 지하 벙커의 환기구를 영상으로 재현한다. 김덕희 작가는 열판에 떨어진 물이 수증기가 되는 모습으로 경계와 전환의 지점을 느끼게 한다.
최수환 작가는 작은 캔버스 뒤에 소형 환풍기를 설치해 전시장 안 먼지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가지는 색을 드러낸다. 최선 작가는 여러 사건이 있는 곳의 바닷물로 소금을 만들었다. 작품 ‘소금은 말한다’에서 떨어지는 소금은 관람객의 어깨나 신발에 옮겨붙고, 소금 바이러스가 되어 ‘세계가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살균, 비-살균’전은 31일까지 스페이스 사랑농장(경남 김해시 한림면 용덕로 100-23)에서 진행된다. 전시장은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운영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