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백합으로 재현한 ‘적당히’
유미연 개인전 ‘재현-오리엔탈백합으로부터’
31일까지 부산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
적당히 우아·화려…우리 삶과 연결지점 가져
거대한 꽃이 피었다. 유미연 작가는 전시장 천장을 오리엔탈백합으로 채웠다. 거대한 오리엔탈백합은 생화가 아닌 조화다.
유미연 개인전 ‘재현-오리엔탈백합으로부터’가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프랑스문화원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유 작가는 꽃으로 이미지를 재현한다. “원래 자소상 작업을 했는데 선생님이 ‘껍데기’라는 표현을 주시더군요. 중간에 슬럼프가 왔는데 ‘껍데기도 내 것이지만 이름도 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작가는 ‘아름다운 연꽃’이라는 자신의 이름으로부터 시작된 연잎 작업을 선보였다. “프랑스와의 교류전에서 부산의 시화인 동백 작업을 하고 사람들이 저를 닮았다고 하는 개망초, 카라 등으로 작업을 했어요.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에 영감을 받아 갈대를 재현해서 설치하는 작업도 했고요.” 그에게 재현은 어린 시절 ‘보이는 것을 스케치북에 비슷하게 따라 그리던 행위’와 같은 미술적 언어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오리엔탈백합을 만들었다. “지난해 여름 망미동 비온후 책방 안에 있는 전시공간 보다에서 먼저 공개했어요. 그때 한지 6겹으로 작업했는데 이번에는 한지 8겹으로 더 힘을 주고, 새로운 코팅 방법도 찾아냈어요.” 전시장에는 약 40송이의 오리엔탈백합을 매달았다. 작가는 꽃 한 송이 제작에 꼬박 이틀이 걸린다고 했다.
오리엔탈백합은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적당히 중심을 잡기에 좋은 꽃’이다. “화환에서 자주 보이는 이유도 거기 있다고 해요. 플로리스트 이야기를 들어보니 적당히 화려하고 적당히 우아하고, 또 커서 포인트를 잡을 때 좋다고 하더군요. 많이 쓰니 조화도 발달돼 있고요.” 적당히 화려한 분홍색의 꽃이 걸린 공간은 그 자체로 이미지화된다.
유 작가는 오리엔탈백합의 ‘적당히’가 우리 삶과 연결지점을 가진다고 했다. “조화에는 시들지 않으니까 적당한 가성비 속에서 살아내는 느낌도 있어요. 저 같은 사람에게 특히 적당히가 어려워요. 저는 적당히라고 느껴도 남들에게는 별나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재현-오리엔탈백합으로부터’ 전시는 31일까지 이어진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