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영화 동지’ 박찬욱·송강호 ‘따로 또 같이’ 칸 흔들었다
‘공동경비구역 JSA’로 첫 인연
다른 작품으로 둘 다 수상 기쁨
수상자 호명되자 달려가 포옹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나란히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충무로에서 20년 넘게 함께 작품을 해 온 ‘영화 동지’다. 28일(현지시간)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최우수남자배우상 수상자로 송강호가 호명되자 박 감독이 감격에 찬 모습으로 달려가 포옹했을 만큼 두 사람은 오랜 시간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박 감독은 칸 폐막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송강호의 수상을 듣고) 저도 모르게 복도를 건너서 뛰어가게 되더라”며 “그동안 좋은 영화에 많이 출연했는데, 기다리다 보니까 때가 온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의 ‘바늘과 실’ 같은 존재였던 두 사람에게 각자 다른 작품으로 수상의 영광을 누린 이번 영화제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칸영화제는 관례상 같은 영화에 본상을 1개만 주기 때문에, 같은 해 다른 작품으로 나란히 경쟁 부문에 진출해 상까지 받은 건 이례적이어서다.
박 감독과 송강호는 오랜 시간 충무로 대표 ‘명콤비’로 꼽혀왔다. 두 사람의 인연은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이 처음 호흡을 맞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은 두 사람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박 감독은 영화 ‘달은…해가 꾸는 꿈’(1992)과 ‘3인조’(1997)를 연달아 실패한 뒤 반전을 노리고 있었고, 송강호는 ‘쉬리’(1999)에서 연기 혹평을 받고 위기에 직면한 상태였다. 두 사람은 ‘공동경비구역 JSA’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고, 영화 인생에 변곡점을 맞는다.
두 사람은 2년 뒤 ‘복수는 나의 것’(2002)에서 다시 한번 뭉쳤다. 박 감독은 이 작품부터 자신의 독특한 각본과 연출을 녹인 작품 세계를 펼치기 시작했고, 송강호는 주연배우로서 충무로 대표 배우로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오랫동안 같이 작품을 하지 않던 두 사람은 영화 ‘박쥐’(2009)에서 다시 한번 재회했다. 박 감독이 영화 ‘올드보이’(2004)로 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뒤 내놓는 작품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던 때였다. ‘박쥐’에서도 두 사람은 여전한 호흡을 보여주며 그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후 송강호는 영화 ‘기생충’(2019)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큰 역할을 했다.
충무로 영화 동지인 두 사람은 22년 만에 세계 영화제의 중심인 칸에서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누게 됐다. 공교롭게도 ‘박쥐’에서 송강호가 맡은 역할의 이름이 상현이고, ‘브로커’에서 맡은 역할 역시 이름이 상현이다. 박 감독은 “송강호 씨와 같은 영화로 왔다면 함께 상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따로 온 덕분에 둘이 같이 상을 받게 됐다”고 했다. 송강호는 “우리 ‘박쥐’ 한 지 너무 오래됐다. 13년이다”며 박 감독과 재회를 희망했다. 두 영화인은 기자회견 내내 진심 어린 축하와 함께 존경의 뜻을 내비쳤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