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영화 동지’ 박찬욱·송강호 ‘따로 또 같이’ 칸 흔들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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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경비구역 JSA’로 첫 인연
다른 작품으로 둘 다 수상 기쁨
수상자 호명되자 달려가 포옹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나란히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박찬욱 감독(왼쪽)과 배우 송강호가 각각 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로 감독상과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 ENM 제공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나란히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박찬욱 감독(왼쪽)과 배우 송강호가 각각 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로 감독상과 최우수남자배우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CJ ENM 제공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나란히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충무로에서 20년 넘게 함께 작품을 해 온 ‘영화 동지’다. 28일(현지시간)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최우수남자배우상 수상자로 송강호가 호명되자 박 감독이 감격에 찬 모습으로 달려가 포옹했을 만큼 두 사람은 오랜 시간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박 감독은 칸 폐막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송강호의 수상을 듣고) 저도 모르게 복도를 건너서 뛰어가게 되더라”며 “그동안 좋은 영화에 많이 출연했는데, 기다리다 보니까 때가 온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의 ‘바늘과 실’ 같은 존재였던 두 사람에게 각자 다른 작품으로 수상의 영광을 누린 이번 영화제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칸영화제는 관례상 같은 영화에 본상을 1개만 주기 때문에, 같은 해 다른 작품으로 나란히 경쟁 부문에 진출해 상까지 받은 건 이례적이어서다.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는 오랜 시간 충무로 대표 영화 동지로 꼽혀왔다. 사진은 두 사람이 처음 호흡을 맞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 스틸 컷. 배급사 제공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는 오랜 시간 충무로 대표 영화 동지로 꼽혀왔다. 사진은 두 사람이 처음 호흡을 맞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 스틸 컷. 배급사 제공

박 감독과 송강호는 오랜 시간 충무로 대표 ‘명콤비’로 꼽혀왔다. 두 사람의 인연은 2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이 처음 호흡을 맞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은 두 사람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박 감독은 영화 ‘달은…해가 꾸는 꿈’(1992)과 ‘3인조’(1997)를 연달아 실패한 뒤 반전을 노리고 있었고, 송강호는 ‘쉬리’(1999)에서 연기 혹평을 받고 위기에 직면한 상태였다. 두 사람은 ‘공동경비구역 JSA’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고, 영화 인생에 변곡점을 맞는다.

두 사람은 2년 뒤 ‘복수는 나의 것’(2002)에서 다시 한번 뭉쳤다. 박 감독은 이 작품부터 자신의 독특한 각본과 연출을 녹인 작품 세계를 펼치기 시작했고, 송강호는 주연배우로서 충무로 대표 배우로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영화 ‘복수는 나의 것’(2002) 스틸 컷. 배급사 제공 영화 ‘복수는 나의 것’(2002) 스틸 컷. 배급사 제공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가 2009년 함께 선보인 영화 ‘박쥐’ 스틸 컷. 배급사 제공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가 2009년 함께 선보인 영화 ‘박쥐’ 스틸 컷. 배급사 제공

오랫동안 같이 작품을 하지 않던 두 사람은 영화 ‘박쥐’(2009)에서 다시 한번 재회했다. 박 감독이 영화 ‘올드보이’(2004)로 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뒤 내놓는 작품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던 때였다. ‘박쥐’에서도 두 사람은 여전한 호흡을 보여주며 그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이후 송강호는 영화 ‘기생충’(2019)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큰 역할을 했다.

충무로 영화 동지인 두 사람은 22년 만에 세계 영화제의 중심인 칸에서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누게 됐다. 공교롭게도 ‘박쥐’에서 송강호가 맡은 역할의 이름이 상현이고, ‘브로커’에서 맡은 역할 역시 이름이 상현이다. 박 감독은 “송강호 씨와 같은 영화로 왔다면 함께 상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따로 온 덕분에 둘이 같이 상을 받게 됐다”고 했다. 송강호는 “우리 ‘박쥐’ 한 지 너무 오래됐다. 13년이다”며 박 감독과 재회를 희망했다. 두 영화인은 기자회견 내내 진심 어린 축하와 함께 존경의 뜻을 내비쳤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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