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부산 기장군 동백항에서 발생한 경차 추락 사고 구조 현장. 현장에서 살아남은 친오빠가 잠적해 해경이 뒤를 쫓고 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속보=지난달 3일 부산 기장군 동백항에서 경차가 바다에 빠져 40대 여성이 숨진 사고와 관련, 현장에서 살아남은 친오빠(부산일보 5월 13일 자 10면 등 보도)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나오지 않은 채 잠적하자 해경이 뒤를 쫓고 있다. 사건의 조력자인 동거녀는 살인공모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울산해양경찰서는 지난 2일 친오빠인 A(43) 씨가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아 현재 행방을 쫓고 있다고 3일 밝혔다. A 씨는 뇌종양을 앓고 있던 여동생 B(40) 씨를 스파크 차량 운전석에 태운 뒤 자신은 조수석에 탑승한 채로 차를 조작해 바다로 추락하게 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울산해경 관계자는 “지난 2일 A 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 미출석 이후 추적하는 중인데 아직 연락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A 씨의 사건에 조력자가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A 씨의 동거녀 C 씨는 지난 2일 살인 방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C 씨는 최근까지 사고 차량의 명의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와 범행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해경은 지난달 31일 A 씨와 C 씨에 대해 각각 살인과 살인 공모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달 3일 오후 2시 16분 부산 기장군 일광면 동백항에서 스파크 차량이 바다로 추락해 운전석에서 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B 씨는 결국 숨졌다. 당시 조수석에 있던 A 씨는 자력으로 탈출했다. 해경은 B 씨의 부검에서 별다른 약물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경은 차량 현장실험에서 조작 가능성을 확인한 데 이어 A 씨가 사고 전 현장을 사전답사한 점 등으로 미뤄 계획적인 살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18일 해경은 차량 현장실험에서 조수석에서 몸을 기울이면 차량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A 씨가 사고 전날 동백항을 방문해 조수석에서 차량을 움직이는 방법까지 연습하는 모습을 CCTV로 확인했다. A 씨는 사건 당일 차량에 탑승하기 전 휴대전화 등의 짐도 차량 밖에 놓아둔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해경은 조사 과정에서 A 씨 진술이 번복되고, B 씨 명의의 자동차상해보험 수익자가 A 씨로 변경된 점 등을 이유로 보험사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다. A 씨는 자살 방조와 보험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해경 조사를 받아 왔다.

해경은 이 사고 이전에도 부산에서 A 씨 가족에게 유사 차량 추락사고 2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하고, 사건 관련 서류 등을 부산경찰로부터 넘겨받아 보험사기 등 범죄와 연관이 있는지를 조사 중이다.

부산경찰청도 재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7월 15일 부산 강서구 서낙동강 강둑길에서 70대인 A 씨의 아버지가 탄 모닝 차량이 경사로에 미끄러져 강으로 추락했다. A 씨는 아버지와 인근에서 낚시하고 헤어진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실종 신고를 했고, 119구조대가 주변을 수색해 강바닥에 가라앉은 차량에서 숨진 A 씨 아버지를 발견했다. 당시 부검에서 A 씨 아버지 몸에서 향정신성 약물이 한 가지 나온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A 씨의 아버지는 고혈압 약 등 평소에 복용하는 약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강서구에서 아버지가 숨진 채로 발견된 사건에 대해 현재 다시 재수사 중으로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