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범칙금에 앙심’… 부산에선 파출소 불 지르려던 50대 체포(영상)
술에 취한 상태로 행인들에게 행패를 부렸다가 범칙금 처분을 받은 50대 남성이 앙심을 품고 파출소를 찾아가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붙잡혔다. 실제 방화가 이뤄졌다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을 계기로 법조계에서 시작된 보복성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공공기관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파출소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예비 등)로 50대 남성 A 씨를 체포했다고 12일 밝혔다. A 씨는 12일 오전 7시 40분께 휘발유와 라이터를 들고 영도경찰서 대교파출소를 찾아가 불을 지르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범행 10여 분 전까지 파출소에 머물면서 자신에 대한 범칙금 처분에 대해 항의를 하다 돌아갔다. 이후 액체가 담긴 페트병을 들고 다시 찾아왔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A 씨가 파출소 출입문을 안에서 잠그자 즉시 A 씨를 바깥으로 몰아냈다.
술 취해 행인에 시비 걸다 적발
12일 오전 대교파출소서 소동
휘발유 든 페트병 들고와 위협
만취상태라 일단 유치장 입감
대구 방화 사건으로 불안감 확산
A 씨가 들고 있던 2L 페트병 속에는 휘발유가 들어 있었고, 그가 착용하고 있던 조끼에서 라이터도 2개 발견됐다. 당시 파출소 내부에는 경찰관 7명이 근무 중이어서 A 씨가 실제로 불을 질렀다면 자칫 큰 사고로 번질 수도 있었다.
앞서 A 씨는 이날 오전 6시 40분께 영도구 대교동 한 장례식장 앞에서 여성을 포함한 행인들에게 시비를 걸고 불안감을 조성한 혐의(경범죄처벌법 위반)로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범칙금 처분을 통고받았다. 당시 술에 취해 있던 A 씨가 대교파출소를 찾아와 범칙금 처분에 대해 30여 분 가까이 항의하며 소란을 피우자 경찰은 A 씨에게 관공서 주취소란 혐의로 입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후 A 씨는 마지못한 듯 파출소에서 나갔지만 10여 분 뒤 인화성 물질을 갖고 다시 파출소로 돌아와 문을 잠그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다.
별다른 직업이 없는 A 씨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행인에게 시비를 거는 등의 문제로 파출소를 자주 드나들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A 씨가 범칙금 처분에 앙심을 품고 방화를 목적으로 파출소를 찾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체포 당시 A 씨가 만취 상태인 데다 진술을 거부해 조사가 어렵다고 보고 A 씨를 일단 유치장에 입감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를 통해 A 씨의 동선과 휘발유 소지 경위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면서 “A 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6명의 희생자를 낸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을 계기로 분노에 의한 보복성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이 또 다른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공무원들은 민원 해결 등에 불만을 품은 일부 민원인들의 폭력성에 무방비로 노출돼 직접적인 위협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칼부림에 방화 위협까지 적지 않은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모 구청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민원 처리 결과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볼펜이나 심지어 생수병을 던지는 민원인과 종종 마주한다”며 “방화 등 자신의 불만을 드러내는 방식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