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우크라이나전쟁 희생자 영혼을 위로합니다”
국제무차수륙천도대법회 봉행
불교계·정계 인사 등 참석
수익금 전액 불우이웃 등 기부
부산에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희생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한 법회가 열렸다.
12일 오후 1시 영도구 동삼동 아미르 공원에서 불자와 시민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무차수륙천도대법회’가 봉행됐다. 무차란 차별 없이 평등하다는 뜻으로, 전 세계에서 억울하고 원통한 죽음을 맞이한 모든 이들에게 차별 없이 평등하게 불법을 베풀어 안식을 얻게 하는 불교 의식이다.
법회는 부산영산재로 시작됐다. 영산재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부처의 세계로 이끄는 의식으로 그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통도사와 범어사 등을 중심으로 전승돼 온 부산영산재는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로 등재돼 있다.
행사장 한쪽에는 국가별로 위패를 세워두고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전 세계 600여만 명을 추모하는 자리도 마련돼 있었다. 스리랑카와 미얀마, 티베트 스님 30여 명도 법회에 방문해 찬팅을 통해 전 세계의 평화를 기원했다.
이날 법회에는 대한불교조계종 13·14대 종정을 지낸 진제 대선사를 비롯해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 등 불교계 지도자들은 물론 박형준 부산시장, 대통령비서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등 정계 인사들도 참석했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 대사, 간디 술리스티얀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등도 참석해 전 세계적인 위령 움직임에 동참했다. 이들은 무대에 올라 희생자들의 영혼을 기리며 헌화했다. 특히 전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를 향해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강 수석에게 전한 추도사를 통해 “이번 법회를 통해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전쟁 희생자를 천도하고 국태민안과 세계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하나 되길 바란다”고 전해왔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인간의 소중함과 존엄성을 다시 세우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법회가 억울하고 원통한 죽음을 맞이한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안식을 선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법회를 주관한 진제 대선사는 “코로나19는 물질과 편의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극단적 이기심과 생태계 파괴에서 비롯된 결과”라며 “인간과 인간 자연이 서로 유기적 관계라는 사실을 깨닫고 주위의 소외되고 고통받은 이들과 함께하자”고 전했다.
이날 행사 수익금 전액은 산불 피해 이재민 등 국내 불우이웃과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등에 기부된다. 참석자들은 이날 법회로 전 지구적 역병과 전쟁으로 고통받은 모든 사람이 위로받고 망자들도 왕생극락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김영순(63) 씨는 “억울하게 죽어간 모든 이들을 기리는 뜻깊은 행사가 열려 고맙다”며 “법회 덕분에 연일 좋지 않은 소식들로 닫혀있던 마음이 열리고 해방된 듯한 느낌도 받았다”고 전했다. 대구에서 참석한 서능화(62) 씨는 “코로나19와 전쟁 모두 인간이 저지른 업보에서 비롯된 재앙“이라며 “뜻하지 않게 죽음을 맞이한 혼을 위로하고 업보를 반성하는 일이 살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