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장세 끝났다"…증권사, 리스크·고객수익률 관리에 집중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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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금융시장에 불안이 확산하면서 경영에 비상등이 켜진 국내 증권사들이 본격적인 위험(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금융투자·메리츠·키움·신한금융투자·대신 등 국내 10대 증권사들은 이미 시장 위험과 고객 수익률 관리를 위한 보수적인 비상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공격적인 확장보다 조직 내 시너지를 높이고 인건비 등 비용을 최소화하는 긴축 전략을 통해 불안한 장세에 대응할 태세를 갖췄다.

경기 불황이 두드러지면 업계 전반적으로 감원이나 채용 축소 등 고용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되고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보고 고객 수익률 관리에 초점을 두고 경영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유동성 장세가 마무리되고 경제성장이 둔화할 전망이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며 "모든 역량과 인프라를 동원해 고객 수익률 제고에 전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NH투자증권도 선제 위험 관리와 고객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뒀다. 금리 연관성이 높은 운용·대출자산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고객들에게도 장세에 덜 민감하거나 저평가 우량자산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제안하고 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변동성이 커진 환경 속에선 선제 위험 관리가 필수"라며 "시장 상황이 나빠질수록 고객관리를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위험 관리 기반의 손익 안정성 확보와 경쟁력 제고 전략'을 수립해 시장 상황을 민감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위험 관리 비중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는 사업 부문별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시장 침체에 대처하기 위해 리테일 영업방식을 신용공여 확대와 시장 대응 상품 공급 등으로 바꾸고 회사 내부적으로 매매 손익을 방어하고 변동성을 활용한 차익거래 수익 전략을 세웠다.

메리츠증권도 실적 유지를 위한 1차 목표를 위험 관리로 정하고 각종 위험 지표를 철저히 관리하는 한편 사후 관리 시스템 정비를 통해 자산 건전성을 높여가기로 전략을 정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시장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내실 다지기를 목표로 세웠다.

미래에셋증권은 사업전략의 목표를 내실 성장에 두고 조직간 시너지 창출을 통한 인력 생산성을 높이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내실 다지기를 위해 전 부서가 공격적인 사업보다 보수적으로 기존 시스템을 정교화하고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다듬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수립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하반기에 디지털과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부문별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전 사업 부문에서 관련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재정비하고 선제 위험 관리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균형성장에 기반에 두고 사업간 시너지를 내기 위해 법인, 개인, 기업금융(IB) 영역까지 전사적인 협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주식 위탁매매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불필요한 비용을 재점검하는 차원에서 비용구조를 효율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부 증권사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하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영역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신한금융투자는 상시 위험 관리 체계를 갖추고 시장 불안에도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법인 리테일 부문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 기업들과 네트워킹 구축을 위해 법인 최고경영자(CEO) 대상 포럼도 추진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걷히는 상황을 고려해 큰돈을 버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고정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웠다. 주식 위탁매매 비중을 줄이고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 비중을 늘리는 한편 부동산 대체투자와 자산신탁, 운용 등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해뒀다.

NH투자증권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상반기에 런던 현지법인을 출범한 데 이어 하반기에 수탁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자산관리서비스 등 10여개의 미래전략 연구 주제도 검토 중이다.

이처럼 금융투자업계에서 시장 불안과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가뜩이나 좁아진 채용시장이 더 얼어붙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황이 깊어지면 정규직을 계약직으로 전환하거나 인력 감축에 나서는 증권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시장이 좋을 때 채용을 늘리고 시장이 나빠지면 채용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으나 코로나19 때는 시장이 좋았지만, 대규모 공개채용 없이 경력직으로 필요한 인원만 뽑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이 더 밀리면 증권사들은 이익이 줄어 채용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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