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떨어지면 찾아오는 대상포진, 2030도 ‘남 일’ 아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에는 체력 저하와 실내외 온도차로 인한 체온 변화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지기 십상이다. 고령층의 경우 무엇보다 면역력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이때 조심해야 할 대표적인 질환이 대상포진이다. 특히 대상포진은 최근 들어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원숭이두창과도 증상이 비슷해 질환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무더위 기승 여름 노인 대표 질환
수포 발생 전 근육통·몸살로 오인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한 신경통
60세 이상 백신 접종 통해 예방을
■ 체내 수두바이러스가 원인
대상포진은 어렸을 때 수두를 앓았던 사람의 몸에 남아있던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되어 피부와 신경절(말초신경의 신경세포체가 모여 있는 곳)을 따라 통증을 동반한 발진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피부과 분야에서 응급실 및 입원 환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만큼, 많은 환자들이 상당한 고통과 함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질환이다.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어릴 때 수두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와 같은 것이다. 수두가 치료된 후에도 이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 몸 속의 신경을 타고 척수 속에 오랜 기간 동안 숨어 있다가 체력이 일시적으로 약해지거나 감정적 스트레스, 암 등의 요인으로 생체 내의 면역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 다시 활성화돼 대상포진으로 나타나게 된다.
고령이 가장 강한 위험 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에이즈, 암 등이 있는 환자,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등 전신의 면역기능이 떨어지는 것도 위험 인자로 꼽힌다. 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과로와 스트레스로 면역이 저하되면 대상포진이 생길 수 있다.
대상포진은 일반적으로 수포, 발진이 시작되기 4~5일 전부터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극히 일부는 두통, 기운 저하, 발열이 동반될 수 있다. 피부 병변은 특징적으로 침범한 신경을 따라 흉부나 허리와 같은 몸통 한쪽 부위에 띠 모양으로 붉은 구진(발질)과 반점이 나타나고 이후 군집된 수포를 형성한다.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 피부과 설정은 교수는 “수포가 올라오기 전까지는 대상포진 확진이 어렵기 때문에 단순 근육통이나 몸살로 생각되기 쉬우며 이로 인해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며 “만약 통증이 나타난 뒤 그 부위로 피부 병변이 띠 형태를 보이며 몸 한쪽에서만 나타난다면 대상포진을 의심해보고 피부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방치 땐 극심한 고통과 합병증
대상포진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통증이 심해지고 부위에 따라 여러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눈 주위에 생긴 경우에는 시력장애, 각막염 등 눈에 여러 가지 합병증이 올 수 있으며, 얼굴이나 귀를 침범한 경우에는 안면신경마비 증상이 올 수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인 신경통은 피부병변이 호전되거나 병변이 발생한 지 1~3개월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로 가장 흔하고 고통스러운 합병증이다. 50세 이하의 경우 비교적 발생이 드물지만 60세 이상에서는 절반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주로 불에 덴 것처럼 화끈거리거나 바늘로 쿡쿡 쑤시고 찌르는 듯 한 통증을 호소하며 이는 만성적으로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설 교수는 “극심한 통증 탓에 수면 장애나 우울증, 만성피로 등 후유증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작은 접촉이나 마찰에도 통증이 생겨 옷 입고 벗기, 목욕 등의 일상생활에까지 큰 불편을 준다”고 말했다.
■ 60세 이상은 예방접종 필수
대상포진은 통증을 억제하고 바이러스 확산과 2차 세균 감염을 방지하며 합병증을 예방하고 최소화하는데 목표를 두고 치료한다.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므로 치료제는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되며 피부에 바르는 연고제 단독으로는 효과가 거의 없다. 초기 수포 형성 시기에 습포 드레싱(생리 식염수 등을 거즈에 적셔서 물집 위에 올려놓았다가 떼는 냉습포) 등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수포가 발생한 뒤 며칠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일주일 복용하면 피부 병변의 치유를 도우며 급성 통증의 기간을 줄이고 포진 후 신경통의 빈도를 줄일 수 있다. 단 해당 약제는 대부분 신장을 통해 배설되기 때문에 신장병 환자에서는 약제의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항바이러스제 투여 외에도 적극적인 통증 조절이 필요하며 이때는 마약성 진통제와 가바펜틴 등 신경병증성 통증완화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래도 통증 조절이 어렵다면 신경차단술과 같은 시술을 고려해볼 만 하다.
완전히 회복되는 데까지 걸리는 기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한 달에서 일 년 정도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수 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대상포진도 전염성이 있다. 대상포진 환자를 접촉했다고 해서 병에 무조건 걸리지는 않지만, 이전에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는 사람, 혹은 어린이나 면역저하자에게는 낮은 확률로 질환을 유발시킬 수 있어 조심하는 것이 좋다. 면역이 정상인 환자의 경우 드물지만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대상포진을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백신은 어릴 때 수두에 걸린 이후 몸 속에 잠복해있던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는 것을 예방한다. 백신은 고령 환자의 대상포진과 포진 후 신경통 발생률과 심각도를 감소시키며, 우리나라는 만 60세 이상부터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만약 대상포진을 이미 앓은 후라면 일반적으로 회복된 후 6~12개월 지난 후에 접종하는 것이 좋다.
설 교수는 “대상포진은 생명에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고, 이로 인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질환인 만큼 고령층의 경우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조언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