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는 ‘컨’ 쌓이고, 건설 현장은 공사 멈추고, 공장은 제품 출하 안 되고
화물연대 총파업 8일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이 8일째를 맞이한 14일 부산항의 물류 차질은 물론 시멘트와 철강 등 산업 전반으로 물류난이 심화되고 있다. 물류난의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자칫 이번 주말까지 협상이 타결을 보지 못한다면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13일 오전 10시부터 14일 오후 5시까지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9245TEU(반입 4735TEU, 반출 4510TEU)로 집계됐다. 파업 첫날이었던 지난 7일 부산항의 반출·입량(1만 9008TEU)과 비교했을 때 점점 줄어들고 있다.
부산항 장치율 80%에 육박
건설 현장 시멘트 공급 안 돼 차질
자동차공장 등 생산품 포화 상태
장치율(컨테이너를 쌓아둔 비율)도 올라가면서 컨테이너를 쌓아 둘 공간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부산항 부두 장치율은 78.8%로, 파업 첫날(약 73%) 수치와 비교해 보면 확연히 컨테이너 반출·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점점 부두에 쌓인 컨테이너가 증가하는 셈이다.
이날 역시 파업 현장 곳곳에서 집회가 계속됐다. 14일 부산 남구의 북항과 강서구 신항 등지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지나가는 화물 차량을 향해 파업 동참을 촉구하는 피켓 선전전을 진행했다. 조합원들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고 4차 교섭 결렬을 규탄했다. 울산 신항에서는 화물차 진입을 방해한 조합원 2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당시 조합원 100여 명이 도로를 점거했으며, 이들 중 일부는 경찰의 해산 유도에 따르지 않고 지속해서 운행을 방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기사들을 향해 파업참여를 촉구하는 과격한 행동 등을 공유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고 말했다.
시멘트와 철강 등 산업 전반이 위기에 몰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충북 제천 아세아시멘트 공장은 이달 11일부터 소성로(시멘트의 반제품을 생산하는 가마) 3기 중 1기의 가동을 멈췄다. 단양의 성신양회와 한일시멘트는 시멘트 생산을 유지하고 있으나, 일부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육송 출하가 중단돼 생산 제품을 보관하는 사일로(저장고)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시멘트 공급이 끊기면서 곳곳의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일시 중단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철업계도 마찬가지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매일 약 2만 t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창고가 거의 포화상태다. 포항제철소는 도로나 공장 주변에 제품을 쌓아 두고 있으나 이마저 한계에 다다르자 13일 선재와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여수산단의 석유화학 업체는 물동량이 평소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90% 이상의 물류가 반출되지 못하자 대부분 업체가 공장 가동을 30%가량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생산 차질이 여전하고,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은 출하량이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소주와 맥주 출하량이 반토막나자 도매상들이 직접 주류를 실어 나르는 상황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