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를 책으로 기록하다
전시공간 보다의 전시들 기록한 ‘소동’
개인전 13인 작품 이야기 풀어내
미술·문학의 만남 시도 ‘Fairy Tales’
작가 본인·소설가 서진, 미술작품 해석
지역의 전시가 책으로 기록됐다. 부산의 작은 갤러리에서 2년간 열린 전시를 기록한 <소동>, 미술과 문학의 만남을 시도한 <Fairy Tales> 두 권의 책 이야기다.
■전시 보고 깊게 읽고
전시공간 보다는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책방 비온후 안에 있다. 책방 옆 작은 전시장은 2019년 1월 첫 전시를 열었다. <소동>(비온후)은 ‘보다에서 전시를 읽다’라는 부제목 그대로 전시공간 보다의 전시를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인 김소라 씨는 부산의 원로 작가인 김인환 선생의 딸이다. 김 씨는 미술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와 철학을 공부했다.
김 씨는 “작가들이 진지하게 열심히 작업을 하고 전시를 하는데, 그에 대한 피드백이 너무 적다는 생각을 했다”며 “작가들에게 최소한 ‘누군가는 당신의 작품을 나름대로 열심히 보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2019년 1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전시공간 보다에서 열린 작가 13인의 개인전을 기록했다.
정지영, 이진이, 박성옥, 김범수, 이선경, 오소영, 하미화, 방정아, 이동근, 윤필남, 김경화, 변대용, 유미연. 부산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의 전시에 대한 기록을 책으로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책은 회화, 조각, 사진,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진 작가들의 작업을 ‘일상의 신비’ ‘얼굴과 나’ ‘풍경과 마음’ ‘이미지와 책’ ‘형식과 자유’라는 키워드로 풀어냈다.
‘삶이란, 끊임없이 보편과 개별이 위치를 바꿔가면서 진동하고 있는 장면이고, 작품은 그 사실을 ‘형식’과 ‘자유’ 사이에서의 진동으로 반영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중단 없는 진동이 강렬할수록 작품이 주는 감동의 크기도 컸던 것 같다.’ 책 제목의 소동(小動)은 ‘작은 움직임’을 뜻한다. 동시에 ‘작은 공간에서 매달 소동이 일어나다’라는 의미도 가진다. 김 씨는 보다에서 열리는 다음 전시들에 대한 기록 작업도 이어갈 계획이다.
■그림 보고 동화 쓰고
<Fairy Tales>(신세계)는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에서 열리고 있는 동명의 전시 내용이 담긴 책이다. ‘Fairy Tales’전은 19일까지 이어진다. 최근 미술시장이 역대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작품을 경제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시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시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단순히 ‘예쁜 그림’이 아닌 그림이 품은 내용과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 문학의 힘을 빌렸다. 책 <Fairy Tales>에는 작가의 그림에 대해 작가 본인이 직접 쓰거나, 소설가가 재해석한 글이 실렸다. ‘미술과 문학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시도로서의 전시에 대한 기록이면서, 전시 자체를 책으로 보여주는 ‘그림 동화’인 셈이다.
책은 관계를 주제로 작업하는 한충석 작가, 도시인을 위로하기 위해 크림을 배달하는 고양이들을 그리는 박성옥 작가, 지구를 지키다 장애가 생긴 다섯 로봇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들려주는 김대홍 작가 등 작가의 관점에서 작품을 새로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2021’ 후보 작가로 선정된 방정아는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는 시대를 다룬 ‘물의 친구들’을 그리고 썼다. 감성빈 작가는 지난해 개최한 개인전 ‘표류’에서 선보인 작품 속 ‘슬픔’의 이미지를 글로 풀어냈다.
정유미 작가의 ‘존재의 집’은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초청작이다. 전시장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책에서는 스틸 컷으로 세밀한 연필 드로잉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무나씨의 작품 ‘자아의 별’은 소설가 서진의 맛깔나는 글로 그림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책은 전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