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상영작 61개국 155편 확정
내달 8일 개막, 열흘 간 행사
개막작은 '안녕, 시네마 천국'
장르 영화 강세, 어른 위로도
기후위기 대안 '비키숲' 조성
다음 달 8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 상영작 155편(총 61개국 참여)이 확정됐다. 이 중 108편이 프리미어로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다.
(사)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측은 최근 기자 간담회를 열고, 올해 영화제 방향과 프로그램 경향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오는 2025년 개교를 목표로 ‘어린이청소년영화학교’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폐교를 활용한 체험형 영화제작 시설과 영화교육 시설 확충을 위해 교육청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올해 BIKY는 다음 달 8일부터 17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과 북구 대천천, 중구 유라리광장에서 열린다. 국내 유일 어린이·청소년 영화제로서 아시아, 유럽, 미주 등 다양한 국가의 영화를 선보인다. 초청작은 칸·베를린 국제영화제와 같은 세계 영화제 초청작과 골든글로브 후보작이 고루 포진돼 있다.
개막작은 인도·프랑스 영화 ‘안녕, 시네마 천국’으로, 국내에 처음 상영되는 작품이다. 주유신 BIKY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라는 매체의 고혹적 측면을 잘 보여주고 있는 영화로, 소년과 영사기사의 우정을 그린 인도판 ‘시네마 천국’ 그 이상이다”며 “감독의 영화에 대한 애정을 토착적으로 잘 그려낸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올해는 상영작의 경향으로는 웰메이드 장르 영화들의 강세가 꼽힌다. ‘신데렐라를 위한 세 가지 소원’ ‘매직 피라미드의 비밀’ ‘야콥 코는 마법 코’ ‘캡틴 노바’ 등이 대표적이다. 박정민 프로그래머는 “판타지와 어드벤처 장르 작품이 많은데, 코로나19로 여행을 떠나지 못해 이런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분석된다”며 “국내 영화계가 잘 만들지 않고 배급하지 않는 어린이·청소년 주연 장르 영화가 세계에서는 어떤 목적과 가치를 지니고 제작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어른과 어린이의 관계를 역전시켜 어른을 위로하는 영화도 눈에 띈다. 어른이 어린이에게 길을 알려주고, 그들을 보호하는 기존 역할에서 벗어나 어른들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존재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우리 아빠는 소시지’ ‘투명인간 빈스키’ ‘하늘을 나는 방법’ 등의 영화에서는 어른의 캐릭터를 새롭게 그리고, 세대 간의 화합으로 주제 의식을 확장한다.
공존의 해법을 모색하는 단편영화도 소개된다. 애니메이션인 ‘타리’는 팬데믹을 겪으며 고군분투하는 인도네시아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브리지트 바르도’는 프랑스어 학습 도우미를 둘러싼 웃지 못할 해프닝을 그린다. 핀란드 애니메이션인 ‘상륙’은 타국의 낯선 이들을 우리에 갇힌 그물로 묘사해 씁쓸한 웃음을 남긴다.
BIKY 측은 올해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 단체관람 기회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김상화 BIKY 집행위원장은 “부산시교육청과 함께 하는 무료 단체관람을 지난해 3000명에서 올해는 5000명까지 늘렸다”며 “학교 측에 신청 공문을 보내고 얼마 안 돼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단체관람의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영화제 기간에 초청되는 신작을 일선 교실로 배달하는 ‘바로, 씽!’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담임 교사가 BIKY 워크북을 활용해 영화 읽기 수업을 진행한다. 이태윤 교육 프로그래머(부산 해림초 교사)는 “올해는 중구에 있는 5개 학교에 두 작품(야콥 코는 마법 코, 곤충들의 정원)이 수업용으로 배달된다”며 “최근 학교폭력 예방이 교사들이 원하는 수업 주제 1위로 꼽히다 보니, 폭력의 씨앗인 외모 차별과 차별의 언어와 관련된 상영작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제페토’에 ‘비키 ON 월드’를 구축해 포스터 그림 공모전에 출품된 작품을 전시하고, 굿즈숍도 운영한다. 애초 영화 상영까지를 검토했지만, 서버 용량 문제 등으로 상영은 할 수 없는 것으로 결정됐다.
어린이날 100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일환으로, 다음 달 9일에는 부산그린트러스트와 함께 ‘비키(BIKY)숲’ 조성 행사도 열 예정이다. APEC나루공원에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약속정원’인 비키숲을 조성하고 곤충호텔을 만드는 등 어린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한 활동을 펼친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