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알고도 방치한 친부는 징역 4년

강동구 천호동 자택에서 3세 아이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의붓어머니 이 모씨가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세 살 난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계모가 1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16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A(34) 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또 10년 동안의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과 20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강동구 자택에서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붓아들인 B(3) 군에게 심각한 폭행을 가해 직장 파열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일 A 씨는 범행 직후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고 구토를 한 뒤 숨을 쉬지 않는다'며 친부 C 씨에게 연락했고, 당시 집을 비운 상태였던 C 씨는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B 군은 온몸에 멍이 든 가운데 얼굴에는 찰과상까지 입은 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B 군은 근처 병원으로 이송된 지 6시간 만인 21일 밤 8시 30분께 숨지고 말았다. 진료 과정에서 병원 측은 B 군에 대한 학대 의심 정황을 파악해 경찰에 신고했고, A 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육아 스트레스와 생계난 등이 범행 배경이 된 것으로 판단했지만, 법정형이 더 무거운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다시 적용해 검찰로 송치했다. A 씨는 범행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 0.265%의 만취 상태였으며, 범행 전에도 의붓아들을 폭행한 일이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빌라에서 30대 여성 A씨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의붓아들인 3살 B군을 때려 숨지게 해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의 사건 발생 빌라 모습. 연합뉴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술에 만취해 심신 상실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평소 주량이나 지인들과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 등에 비춰볼 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 범행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고, 범행을 어린 피해자의 탓으로 돌릴 만한 사정도 없다"며 "피고인의 심신 상태가 열악했던 점과 현재 임신 중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아내 A 씨의 학대를 제지하거나 아들 B 군에 대한 보호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함께 기소된 C 씨에게도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며 법정 구속했다. 그리고 5년 동안의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내렸다. 재판부는 C 씨에게 "수차례 위험신호가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해 사망이라는 결과에 이르렀다"며 "본인의 범행을 부인하고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