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급제동 “한전 자구노력 부족”
올해 3분기(7~9월)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 결정이 20일 전격 연기됐다. 기획재정부는 사실상 제한적인 전기요금 인상을 전제로 한국전력(한전)의 자구 노력이 미흡하다며 고강도 자구노력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전은 최근의 경영난 극복을 위해 정승일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자발적인 성과급 반납을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일 한국전력에 연료비 조정단가 결정을 연기한다고 전격 통보했다.
당초 산업부는 기재부와 협의해 이날 중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해 한전에 통보하고, 한전은 하루 뒤인 21일 오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이 자구 노력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되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이번 주는 (결정 시기를)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연료비 단가’ 결정 연기
한전에 고강도 자구 노력 요구
“5년간 왜 이렇게 됐는지 자성을”
늦어도 이번 주 내 결정 전망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 결정 시기가 연기된 데 대해 “한전이 애초부터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미흡했다”며 “한전의 자구 노력을 점검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해 전기요금 인상 결정 시기를 일단 미뤘으나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물가상승이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이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최대치를 요구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인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경영 효율화와 연료비 절감, 출자지분 매각, 부동산 매각 등 고강도 자구노력을 통해 인상폭 더 줄이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한전은 2021년도 경영평가 성과급을 전액 반납하기로 했으며, 1직급 이상 주요 간부들도 성과급 50%를 반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분기마다 연료비 조정요금이 조정된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인상 폭이 직전 분기 대비 kWh(킬로와트시)당 최대 ±3원인데, 앞서 한전은 최대치인 3원 인상을 최근 요구한 바 있다. 분기당 3원, 연간 5원으로 제한된 연료비 조정단가의 상·하한폭도 확대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가 꽉 찼다는 지적이 나오자 추 부총리는 “한전이 왜 그렇게 됐나요. 한전의 수익이 있을 때는 없었나요”라고 반문한 뒤, “한전 스스로 왜 지난 5년간 한전이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전은 지난 16일 산업부와 기재부에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내역 등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했다. 한전이 제출한 조정단가는 kWh당 33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전이 연료비 요인에 따른 적자를 면하려면 3분기 조정단가를 33원은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한전이 앞서 산정해 제출한 올해 1분기 조정단가는 29.1원, 2분기는 33.8원이었지만 모두 동결됐다.
하지만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폭은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 연간 최대 ±5원으로 제한돼 있다. 한전이 산정한 2·3분기 조정단가의 경우 인상 상한폭의 10배가 넘는 수준인 셈이다.
한전은 앞서 출자 지분 및 부동산 매각과 해외 사업 구조조정 등으로 6조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막대한 적자 규모를 고려하면 역부족인 상황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