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 시장엔 ‘감성’ 사러 갑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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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핫플레이스 된 수영구 광안동 광안종합시장 골목
에스프레소바, 카페, 빵집 등 개성 넘치는 가게들 들어서

부산 수영구 광안동의 광안종합시장 골목 일대가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 수영구 광안동의 광안종합시장 골목 일대가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 수영구 광안동의 한 시장 골목. 평일 오전인데도 거리에 젊은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시장이지만 장바구니가 아닌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온 관광객들도 있다. 찰칵찰칵 사진을 찍고 찍어 주고 손이 바쁘다. 시장 상가 안쪽, 생선을 팔고 야채를 팔던 가게의 문들은 거의 닫혀 있다. 이 시장 골목은 ‘감성’을 판다. ‘광안종합시장’의 풍경이다.





■젊은 사장님들의 개성 넘치는 카페

‘광안종합시장’이 MZ세대의 핫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광안종합시장 상가 건물의 출입구에 걸린 오래된 간판은 포토존이 되었다.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느껴지는 간판의 서체가 젊은 세대에겐 이색적이기 때문이다. 광안종합시장 상가 건물을 중심으로 주택가 곳곳에 개성 넘치는 작은 가게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대부분 젊은 사장님들의 열정 가득한 공간으로,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다. 카페, 베이커리, 와인숍, 식료품점, 소품숍 등 눈에 띄는 곳만 해도 20곳에 달한다. 막바지 인테리어 작업 중인 가게들도 여럿 보인다.

‘타타 에스프레소바’는 핫한 이 골목 안에서도 가장 핫한 곳으로 꼽힌다. 에스프레소 열풍이 불고 있는 데다 이곳은 힙스터 성지로 이미 이름난 곳. 평일에도 웨이팅이 이어진다. 낡고 오래된 건물의 구조물을 최대한 살린 인테리어와 콘크리트 외벽에 달아 놓은 작은 간판이 감각적이다. ‘에스프레소 마키아토’ ‘콘 파냐’ ‘플랫 화이트’ 등 다양한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최혁진 대표가 2년여 전인 2019년 문을 열었다. 최 대표는 “서울의 매거진 등에 가게가 소개된 덕분인지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도 많다”며 “손님은 젊은 세대도 많지만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편”이라고 말했다.


힙스터 성지로 이름난 ‘타타 에스프레소바’. 힙스터 성지로 이름난 ‘타타 에스프레소바’.

지난 3월 말 문을 연 카페 ‘오뉴블’. 지난 3월 말 문을 연 카페 ‘오뉴블’.

이 골목에 자리 잡은 지 이제 막 두 달을 넘긴 따끈따끈한 카페 ‘오뉴블’은 20대 MZ 사장의 첫 창업 가게이다. 직접 만드는 까눌레와 아인슈페너가 맛있는 곳이다. 이서현 대표는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에다가 감성적인 골목 분위기에 끌려 어렵게 매물을 구했다”고 했다. “2030세대가 손님의 90%쯤 차지하는 것 같고 주말에는 서울에서 오는 관광객이 많다”며 “대부분 ‘사진 반 커피 반’의 마음으로 가게와 골목에서 인증샷 찍는 걸 즐기는 것 같다”며 골목 분위기를 전했다.

오전 10시 전후로 문을 여는 브런치 카페는 ‘광안종합시장 핫플 투어’의 첫 코스가 돼 준다. 브런치, 샌드위치, 샐러드를 파는 ‘레커’ 역시 젊은 대표의 열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화분과 우드 조합의 내부 인테리어와 가게 앞에 세워진 자전거가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든다. 오븐 팬케이크에 졸인 사과를 올린 ‘더치 베이비 팬케이크’와 ‘리코타 치즈&사과 샌드위치’가 인기 메뉴다.

주황색 블라인드가 인상적인 카페 ‘써벌브’, 드립커피와 에스프레소 쇼콜라·민트 크림 라테가 시그니처인 ‘오우커 커피바’도 SNS 해시태그와 발길이 쌓이는 곳이다. 브런치 맛집으로 유명한 ‘소보’는 잠시 휴업 중이다.


■부산의 새로운 ‘빵지순례지’로 급부상

전국의 유명하고 맛있는 빵집 방문을 목적으로 하는 ‘빵지순례’는 이미 하나의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광안종합시장 골목의 빵집들은 부산에 가면 꼭 들러야 할 새로운 빵지순례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합리적인 임대료 때문에 이곳으로 왔는데 이 일대에 젊은 사장님들의 가게가 많아서 그런지 거리에 활력이 넘칩니다.” ‘코숑’은 1년 전 안락동에서 이 골목으로 옮겨 왔다. 임우태 제과기능장의 베이커리다. 젊은 감성 골목에서 만나는 베테랑의 손맛이다. 코숑 매장 안쪽에는 카페 공간이 숨어 있다. 주택의 구조를 그대로 살려 개조한 아늑한 공간은 카메라 셔터를 절로 누르게 한다. 고르기 힘들 만큼 많은 종류의 빵이 식욕을 자극한다.

소금빵이 시그니처 메뉴라고 소개하는 ‘풍미진진’ 베이커리의 김경태 대표도 MZ세대다. 심플한 디자인의 간판에 쓰인 ‘기대되는 베이커리’, 영업 종료를 알리는 ‘집에 감’ 팻말 등 작은 가게 안에 위트가 넘친다. “3개월 전에 문을 열었다”며 “핫한 가게가 많아 이곳에 자리 잡게 됐는데 확실히 젊은 세대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베이커리 ‘코숑’ 매장 안쪽의 카페 공간. 베이커리 ‘코숑’ 매장 안쪽의 카페 공간.

베이커리 ‘풍미진진’. 베이커리 ‘풍미진진’.

타타 에스프레소바 맞은편에 자리한 ‘럭키베이커리’ 역시 웨이팅이 필수일 만큼 소문난 빵집이다. 유기농 밀가루와 천연발효종을 이용해 저온 숙성하는 ‘사워 도우’ 전문이다. 신메뉴를 준비한 2차 시즌을 위해 잠시 쉬었다가, 6월 23일 다시 정식 오픈한다. 호밀빵과 쿠키류가 맛있는 ‘오늘은빵’과 베이글 전문 ‘마루베이글’도 있다.

광안종합시장은 카페와 베이커리가 주를 이루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가게가 있다. 와인숍 ‘데이스위밍클럽’, 와인과 식료품을 파는 ‘버터볼 그로서리’, 이탈리안 음식점 ‘광안리애’, 주말에만 문을 여는 패션잡화점 ‘하온’ 등 골목을 걸으면 ‘사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광인종합시장 골목의 인기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타고 점점 더 커지는 중이다. 골목에서 만난 30대 방문객은 “집이 창원이라 부산에 자주 놀러 온다. 인스타그램에서 핫플이라고 소개한 게시물을 여러 번 보게 돼 궁금했다”고 방문하게 된 경로를 설명했다. “일찍 문을 여는 브런치 카페가 있어 브런치-커피-늦은 점심까지 반나절 이상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며 “다만, 인근에서 오면 자차를 주로 이용할 텐데 주차장이 가까이에 없어 불편하다”고 아쉬운 점을 이야기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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