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 부산
김상훈 독자여론부장
“2018년 부산에서 창업했을 때부터 〈부산일보〉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고, 서울 서초구에도 지사를 둬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투자 유치를 많이 했는데, 투자자들이 본사를 옮기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부산을 빛내고 싶다. 부산에서도 이제는 ‘유니콘’(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이 나와야 한다.”
지난달 27일 열린 부산일보 4기 독자위원회 출범식·지면 평가회의에 독자위원으로 참석한 김민지 (주)브이드림 대표의 인사말이다. 스타트업을 이끌어가는 30대 청년사업가인 김 대표는 굳이 서울로 본사를 옮기지 않아도 부산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 줬다.
장애인 고용 스타트업 대표
MZ세대 감독과 제작사 대표
부산에서도 꿈과 열정 맘껏 발휘
지역 일자리 미스매치로 인한
‘청년 탈부산’ 현상은 진행형
지역사회, 지속적인 해법 모색을
김 대표가 운영하는 (주)브이드림은 장애인 HR 솔루션 전문기업으로 장애인 고용과 취업교육, 장애인 인사관리 서비스 등을 지원하는 유망 스타트업이다. 자체 개발·운영 중인 장애인 특화 재택근무 플랫폼 ‘플립’을 활용해 장애인에게는 양질의 일자리와 근무환경을 지원하고, 기업에는 실시간 전담팀을 통한 원스톱 관리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유망 벤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BNK부산은행·롯데칠성음료·YBM을 비롯해 대기업, 공공기관 등 수백 여곳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토대로 장애인보조공학기기를 연구·개발하고, 최근 장애인 재택근무시스템에 기업의 메타버스 공간을 구현해 장애인들이 더욱 활발하게 사회 활동에 참여하게 했다. 부산에 뿌리를 튼튼히 내리고 성공을 향해 열정적으로 나아가는 김 대표의 모습에서 부산의 MZ세대 영화인 두 사람이 떠올랐다.
지난해 9월 전국 개봉한 부산영화 ‘영화의 거리’를 연출한 김민근 감독과 영화 스타트업 제작사 ‘눈’의 김예솔 대표가 그들이다. 이들은 당시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을 떠나지 않고도 부산에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부산에서 교육을 받아도 변변한 직업을 구하기 어려워 많은 청년이 부산을 떠나는 현실 속에서, 이들은 나고 자란 ‘영화의 도시’ 부산에서 영화 교육을 받고, 영화 제작에 성공하며 꿈을 이룬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부산 올 로케이션 촬영에 사운드·색 보정 같은 후반작업, 배급까지 부산에서 완성한 ‘순도 100%’의 부산영화로 전국 극장가에 당찬 도전장을 던져 당시 화제가 됐다.
“나를 포함한 부산지역 청년이라면 고향에 남아있을 것인지, 다른 곳에 가서 생활을 영위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는 점에서 자전적인 이야기다. 이 영화에 참여한 스태프의 90% 이상이 부산 출신이었기 때문에 함께 고민하며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
김민근 감독의 이 말에는 부산지역 청년들의 보편적인 고민이 투영돼 있었다.
위에 언급한 두 사례는 청년들이 부산에 안착해 꿈을 차근차근 이뤄가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이런 사례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하는데 청년들의 탈부산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지난달 27일 열린 독자위원회 지면 평가회의에서도 부산의 MZ세대가 임금 때문에 부산을 떠나야 한다는 기사와 관련 사설이 언급됐다.
부산상공회의소의 ‘부산 MZ세대 구직자와 기업의 일자리 인식 조사’ 보고서를 분석한 기사는 전국적 반향을 일으킨 기사였다. 부산의 MZ세대 대부분이 부산에 살고 싶지만, 약 400만 원(신입 초임 연봉 기준)의 임금 격차로 부산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전했다.
이날 독자위원회에서도 이 기사는 주요 이슈가 됐다. 특히 ‘최근 10년 사이 부산에서만 20만 명이 넘는 청년이 다른 도시로 빠져나갔고 부산을 떠난 청년들이 꼽은 원인 중 70%가 일자리인 것으로 확인됐다’는 사설의 내용에서 독자위원들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 일자리 미스매치에 의한 ‘청년 탈부산’ 추세를 막아 내지 못하면 부산의 미래는 없다는 데 다들 공감했다.
특히 김영도(동의과학대 총장) 독자위원장은 구직과 구인 미스매치 해결을 위해 중소기업들의 적정 임금 책정과 복리후생 개선, MZ세대 문화욕구 해결 방안 모색, 기업의 인식 변화 등 섬세하고 근본적인 접근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부산지역의 구직과 구인 미스매치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고, 이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이른 시일 내에 찾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산에 애정을 지닌 독자위원들을 비롯해 지역사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의미 있는 결실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