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집결지 완월동 역사, 문화·예술 콘텐츠로 만든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제안
부산문화재단 공모사업 뽑혀
부산 최대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의 역사를 지역 예술가와 시민, 당사자가 함께 기록한다. 폐쇄적인 성매매 집결지에서 여러 주체가 예술을 연결고리로 함께 목소리를 내는 실험적인 활동이어서 눈길이 쏠린다.
부산문화재단은 ‘2022 부산문화예술교육 공모사업’에 ‘말 할 수 없는 것들을 예술로 말하는 법’ 사업을 선정해 예산 2900만 원가량을 지원한다고 4일 밝혔다. (사)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이 제안한 이 사업은 서구 충무동 일대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의 공공 문제를 예술 문화 콘텐츠를 만들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사업이다. 살림 측은 올 8월 말부터 두 달 동안 예술 작가, 시민, 당사자와 함께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완월동의 역사를 기록할 계획이다.
앞서 살림은 지난해 11월 웹페이지 ‘여성 인권을 기록하는 완월 아카이브, 완월 리마인드’를 공개해 완월동 역사와 현장 목소리, 풍경까지 한곳에 모으는 시도를 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당사자와 예술가, 시민이 기록의 주체로 참여한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이동근 사진작가, 김민정 회화 작가, 이민아 시인 3명으로 구성된 지역 예술가들은 각자의 전문 예술 영역을 바탕으로 시민 참여자들에게 110여 년 전 조성된 완월동 거리를 어떻게 기록할지 교육한다.
예술가들이 만든 교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시민 참여자와 성매매 여성들은 직접 완월동의 역사를 기록해 다양한 결과물을 선보일 전망이다. 살림은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완월동 역사 교육, 현장 답사를 마친 뒤 예술 작업을 이어가려 한다. 시민 참여자는 사진작가, 회화 작가와 함께 완월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시선으로 사진 촬영을 하거나 회화로 완월동 전경을 기록하는 ‘어반 스케치’를 할 예정이다.
성매매 여성들은 시인과 함께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 직접 시를 쓰고 노래를 만들 전망이다. 살림은 올 11월께 작업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살림은 실험적인 방법으로 완월동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완월 기록연구소 임봉 사무국장은 “성매매 집결지 완월동은 현재 사라진 이름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역사이다”며 “이번 문화·예술 아카이빙에서 더 나아가 앞으로 다양하게 완월동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