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수지가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쿠팡플레이 제공

“대본을 보는데 심장이 뛰었어요. 뺏기고 싶지 않아 욕심을 많이 냈죠.”

가수 겸 배우 수지(29)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와 만남을 이렇게 돌아봤다. 대본을 보자마자 이유 없이 끌렸고, 부담과 책임을 많이 느낀 작품이란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수지는 “어느 때보다 나만 생각하며 연기한 특별한 작품”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작품은 수지의 첫 단독 주연작이다. 수지는 극 중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이름부터 학력·가족관계·과거 등을 모두 거짓으로 꾸민 채 살아가는 ‘유미’를 연기했다. 인물의 서사를 촘촘하게 쌓은 덕분에 공개 직후 ‘수지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는 등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수지는 “유미가 안나로 살아가면서 대사보단 표정으로 전달하는 부분이 많았다”며 “안 쓰던 일기를 쓰면서 유미의 감정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가수 겸 배우 수지. 쿠팡플레이 제공

수지는 캐릭터를 구축하기 전 심리 전문가를 만나 상황별로 조언을 구했다. 그는 “유미를 만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는 내 모습을 보기도 했다”며 “우울과 불안 등 유미의 기본 상태에 대해 많은 자문을 받았다”고 했다. “유미가 버스 터미널에서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인사하는 장면이 있어요. 촬영할 때 연습생 시절 (고향인) 광주와 서울을 고속버스로 왔다 갔다 했던 때가 생각났죠.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제 안의 유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 했어요.”

눈에 띄는 건 수지가 노메이크업부터 화려한 화장, 수수한 옷과 거추장스러운 의상을 두루 선보인 점이다. 이번 작품에서 선보인 의상만 150벌가량 된단다. 수지는 “그 중 웨딩드레스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대본에도 ‘여왕 같은 유미’라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아무도 안 입을 것 같은 옷이었다”고 웃었다. “혹한기에 몸 쓰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괜찮았는데 웨딩드레스를 입은 뒤에 몸살이 났어요. 그 정도로 화려하고 무거운 옷이었어요. 하하.”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안나’ 스틸 컷. 쿠팡플레이 제공

2010년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한 수지는 이듬해 KBS2 드라마 ‘드림하이’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번 캐릭터는 배우 경력 10년 동안 수지가 연기한 인물 중 가장 어둡다. 수지는 “희열을 느낀 순간이 아주 많았다”며 “애드립으로 욕을 좀 많이 했다. 유미의 감정에 집중하고 싶어서 기분 나쁜 표정으로 현장에 있었는데, 그런 데서 희열이 느껴졌다”고 웃었다.

올해 한국 나이로 스물아홉인 수지는 20대의 끝자락을 지나고 있다. 그는 “20대를 열심히 살았지만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든다”며 “이젠 좀 쉬면서 마냥 달리기만 하지 않는 30대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