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물가에 지갑 닫힐라… 유통가 ‘가격 짜내기’ 안간힘
국제 유가에 이어 이달 전기와 가스요금까지 인상되어 6월 소비자 물가가 외환 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가 다급히 수입 돈육과 식용유 밀가루 등의 관세 인하 등 정책을 내놓자 유통가도 행여 지갑이 닫힐 세라 이에 동참하고 있다. 관세 인하 품목을 중심으로 각종 물가 안정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유통가는 가격 인하와 관련해 별도 TF까지 꾸리고 관세 인하 지역까지 산지를 늘리고 있다.
이마트 40대 필수상품 가격 인하
홈플러스, 323개 품목 10% 할인
캐나다산 돼지고기도 할인 행사
가전업계·편의점 등도 속속 동참
이마트는 4일부터 생활비 부담을 줄인다는 목표로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가격의 끝 프로젝트’로 지속적인 최저가 관리로 소비자 구입이 가장 많은 계란과 쌀, 우유, 휴지, 칫솔 등 40대 필수 상품의 가격을 끌어내린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아예 지난 1월부터 일찌감치 ‘물가 안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번 달부터는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부가가치세 면세와 관세 인하에 맞춰 김치류, 된장, 고추장, 간장, 쌈장, 액젓류, 절임류, 젓갈류 등 단순 가공식품류 323개 품목에 대하여 10% 이상 할인에 들어갔다. 홈플러스 측은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전개한 올해 1월 13일부터 6월 12일까지 홈플러스 온라인 주문량은 25% 가까이 급등했다”고 밝혔다.
수입산 돼지고기에 붙던 할당관세가 면제되면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지에는 캐나다산 돼지고기 할인 행사도 이어지고 있다. 원래 캐나다산 돼지고기는 8.6% 할당관세가 적용됐으나 정부는 지난달 23일 통관분부터 0%로 관세를 배제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국내산 삼겹살 가격은 100g에 2929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4%가 올랐지만,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과 목심 등이 시중에 풀리면서 국내산의 반값 수준으로 유통되고 있다.
가전업계에서는 롯데하이마트가 ‘할인의 신 하이마트, 썸머 빅 매치’라는 타이틀로 2개월 연속 에어컨 할인 행사를 연다. 부산을 비롯해 전국 420여 개 매장에서 에어컨을 중심으로 로봇청소기와 공기청정기 등을 묶어 판매하는 등의 다양한 기획전을 진행 중이다.
편의점 업계도 할인품과 소포장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물가 안정 마케팅에 동참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말 식탁 물가를 잡는다며 달걀과 콩나물 등 식재료를 중심으로 초저가 상품 브랜드 ‘굿민(Good People)’을 새로 론칭했고, CU도 지난달 소포장 채소 상품인 ‘싱싱생생’을 출시했다.
할인 마케팅에 동참한 부산의 유통가 관계자는 “당장 국제적인 공급 부족으로 빚어진 인플레이션이라 관세 인하 등 정부 대책이 바로 소비자에게는 피부로 와닿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유류세에 이어 할당 관세까지 배제되면서 유통가 내에서도 산지를 확대하고 새 기획상품을 준비하는 등 가격 인하에 안간힘을 쓰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고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