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화부터 유리공예까지… 관람객 사로잡은 양산 한국궁중꽃박물관
개관 2년 만에 인기 급증
세계 유일무이한 궁중 꽃 박물관인 경남 양산시 매곡동 한국궁중꽃박물관이 개관 2년여 만에 독특하고 수준 높은 전시로 관람객을 사로잡고 있다.
이 박물관은 조선시대 궁궐에서 연회를 할 때 사용하던 궁중채화(비단이나 종이 따위로 만든 꽃)를 복원·전시·계승하기 위해 국가무형문화재 제124호 황수로 채화장이 사비 150억 원 등 200억 원을 들여 건립했다. 박물관은 궁중채화와 접목한 전시는 물론 왕실 등에서 사용한 옷과 장신구 등도 전시를 통해 소개하면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 독특하고 수준 높은 전시로 시민들에게 다가서는 궁중꽃박물관
2019년 9월 개관한 한국궁중꽃박물관은 개관 특별기획전으로 ‘왕조의 신비’를 선보였다. 고종 24년인 1887년 신정왕후 조 씨의 팔순 잔치인 ‘고종정해진찬의’를 재현한 것이다. 대왕대비와 왕, 왕세자, 왕비, 왕세자빈에게 올린 23기 찬안 7상이 재현돼 당시 궁중 의례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채화인 꽃도 이들 음식과 함께 곳곳에 장식돼 평소 이 모습을 접하지 못한 관람객을 사로잡았다.
박물관이 두 번째로 선보인 것은 ‘꽃 민화를 만나다’다. 우리 조상들의 생활 양식이나 관습 등 민속적인 내용을 그린 민화 속에 등장한 아름다운 꽃과 살림살이를 궁중채화로 재현했다.
‘꽃 민화를 만나다’에는 병풍과 족자 속 민화 13점에 등장한 꽃과 기물이 비단과 종이로 만든 궁중채화로 재현되었다. 병풍과 족자 속의 꽃과 기물보다 더 입체적으로 다가와 관람객들로부터 찬사를 끌어 냈다.
세 번째 전시는 ‘조선 여인의 장신구 전’이다. 조선 시대 여성들의 활옷, 적라의 등 의복과 노리개, 족두리, 은장도, 열쇠 패, 사인교 등 장신구 53점이 전시돼 이 시대 여인들의 아름다운 일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다음 전시는 지난 1일부터 시작된 ‘Art of Glass 꽃으로 피어나다’다. 이 전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새로운 문예 부흥인 아르누보의 대표적인 작가 에밀 갈레의 유리공예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에밀 갈레의 유리작품은 예술적 감성과 미학적 탐미의 대상이 되는 등 유리공예가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된 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운 예술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유료 관람이다. 사전 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박물관 자체도 하나의 예술품
궁중꽃박물관은 4300㎡ 부지에 궁중채화 전수관인 ‘비해당’과 전시장인 ‘수로재’ 등 2개 동으로 구성된다. 이 건물들은 조선 시대 궁궐 내 건물을 재현한 전통 한옥으로 건립됐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이 설계를 맡았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4호인 대목장 이수자 조재량과 제38호 단청장 동원 스님, 제120호인 석장 이재순, 경북도 최고장인 석공예 김규영, 대한민국 명장 석공예 김상규 등 10여 명의 국가무형문화재 장인과 명장이 공사에 참여했다. 상량문은 조계종 종정인 성파 스님이 직접 써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다.
박물관에 가면 개관 기획전인 ‘고종정해진찬의’를 비롯해 비단과 밀랍 등을 이용해 제작된 윤회매를 볼 수 있다. 아름다운 금강사위색보살도를 중심으로 조선 후기 서화류와 신라·고려·조선 시대 기명들, 조선 시대 여인들의 한과 삶이 담겨 있는 베를 짜는 풍경과 각종 채화 도구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 순정효황후 장지마을 내실 모습과 ‘순조 기축년진찬 지당판’, 조선 후기 가마인 ‘사인교’ 등 다양한 전시물을 볼 수 있다.
한편 황수로 채화장은 일제 강점기에 소멸돼 역사의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조선왕조 궁중채화를 50여 년간 조선왕족실록과 조선왕조의궤, 이규보의 청장관전서에서 나오는 윤회매십전 등의 고문헌과 도록 등을 조사해 궁중채화의 복원과 연구, 계승에 일생을 헌신하고 있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