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정원장 수사 본격화…사정 칼끝 어디까지?
윤석열 정부가 국가정보원을 통해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국가정보원법(직권남용죄) 위반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면서 현 정부 사정당국이 전임 문재인 정부를 향한 사정의 칼날을 꺼내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전면에서 분위기를 만든 뒤 수사 당국이 강제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등 여권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다.
국정원은 지난 6일 두 사람을 고발하면서 2020년 9월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이대준 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서 전 원장은 2029년 11월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당시 합동 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기다렸다는 듯 두 전직 국정원장 사건을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에 공공수사부 1·3부에 배당했다. 국정원 기조실장에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시절 측근이었던 조상준 변호사가 임명되는 등 고발에 앞선 일련의 움직임을 두고 야권에서는 검찰의 수사 칼끝이 두 전 국정원장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않다.
당장 이대준 씨의 자진 월북 판단을 내렸던 당시 해경 수사 책임자들이 7일자로 일괄 대기 발령됐다. 감사원 등에 따르면, 감사원은 사건 당시 직접 지휘 라인에 있던 해경 간부 4명에 대해 지난주 본격적으로 임의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감사 대상은 사건 당시 본청 수사정보국장이었던 윤성현 남해지방해경청장(치안감), 본청 형사과장이었던 김태균 울산해경서장(총경), 본청 정보과장이었던 강성기 동해지방해경청장(치안감), 인천해경서 수사과장이었던 옥현진 본청 외사과장(총경) 등으로 전해진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이 국정원 고발 발표에 대해 즉각 “결국 최종 목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 칼날이 끝내 문 전 대통령을 가리킨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낸 것도 이런 맥락을 염두에 둔 것이다.
민주당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7일 오전 당 회의에서 “어이가 없다. 드디어 국정원이 정치활동을 시작한 것”이라며 “직전 원장을 고발할 때는 부인할 수 없는 혐의를 가지고 해야지, 원장이 부인할 정도의 사안을 가지고 고발하는 건 명백한 정치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것은 지금 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그다음에 대통령까지 한번 물고 들어가겠다는 의도”라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제가 (첩보를) 삭제하더라도 국정원 메인 서버에는 남는다”며 “왜 그런 바보짓을 하겠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메인 서버는 물론 첩보를 생산한 생산처에도 그대로 남아있을 것 아닌가. 우리가 삭제한다고 해서 그것까지 삭제가 되나”라고 말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