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돋보기] 익숙한 주식과 헤어질 결심
여현일 하이투자증권 센텀지점 과장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영화 ‘헤어질 결심’이 개봉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면서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이야기를 그린 수사극이자 멜로극이다.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지난달에 열린 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칸 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는 경쟁부문에 초청된 작품 중 ‘헤어질 결심’에 최고 평점을 줬다. 박찬욱 감독 또한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어른스러운 영화’를 목표로 했다며 본인 작품 중 사운드와 영상 면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평소 “배우를 염두하지 않고 대본을 만든다”는 박찬욱 감독이 박해일의 ‘해’를 따서 ‘해준’이라는 이름을 짓는 한편 탕웨이를 섭외하기 위해 여주인공을 중국인으로 설정할 정도로 캐스팅에도 공을 들였다.
올해 주식시장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주식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워렌 버핏은 “금리는 금융시장에 중력처럼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리가 낮고 사람들이 낮은 금리를 원할 때에는 다른 자산의 가치는 올라갑니다. 금리는 다른 자산의 가격에 중력처럼 작용합니다. 금리가 높을 때에는 자산 가격을 끌어내리는 힘도 커진다는 말입니다”라며 금리와 자산 가격의 사이의 관계를 설명한 적이 있다. 미국 연준은 올해 3월 코로나 이후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리며 제로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었다. 버핏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난 3년은 중력이 작용하지 않던 시기였다. 중력이 없는 구간에서는 근력과 무관하게 높이 뛰는 것만으로도 날아오를 수 있었다. 제로금리 구간에서 장밋빛 전망과 가파른 주가상승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주식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을 두고 “들이대기보다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전작들과 달라진 점이다. 지금 금융시장도 제로금리 시기와는 다르게 금리가 중력처럼 작용한다. 익숙한 주식들과 헤어질 결심을 할 때가 된 것이다. 상승을 바라고 무작정 시장에 들이대기보다 기업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때이기도 하다. 버핏 역시 올해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인플레이션을 이겨낼 투자처를 묻는 질문에 더 좋은 것을 알려주겠다며 자기 능력을 기르는 것이 최고의 투자라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