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더워지는 바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우리나라가 온대기후에서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사과 같은 농특산물 주산지가 계속 북상하고 남부 지역의 아열대성 작물 재배가 이뤄지고 있는 사실이 한반도에서 현재 진행형인 기후변화를 증명한다. 이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국내 연안의 해양 생태계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남해에서 잡히던 물고기가 서해나 동해에서 잡히는가 하면 동해에 넘쳐났던 명태를 러시아 근처 북태평양에서 잡게 된 지 오래다. 몇 해 전부터 독도와 울릉도 해저에서 새롭게 발견된 파랑돔, 용치놀래기, 능성어, 범돔 등 난류성 어종이 최근 정착 단계에 들어갔다는 게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탐사 결과다. 7월 들어 전북 부안군 해안에서는 따뜻한 수온을 좋아하는 남방계 생물종인 무늬오징어(일명 흰꼴뚜기)의 산란지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같이 남·서해는 물론 수심이 깊은 동해까지 아열대성으로 변해 가는 걸 보여 주는 현상은 차고도 넘친다. 이 역시 지구온난화 여파로 해수 온도가 오른 게 원인이다. 실제로 국내 바다 수온은 지난 50여 년간 1.23도 상승했다고 한다. 해수 온도 상승은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세계기상기구(WMO)는 5월 발표한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서 지난해 해수 온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세계 해양이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바닷물 온도 1도 상승은 육상 기온이 5도 이상 오른 것과 같아 해양 생물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밖에 없어서다. 해수 온도가 높을수록 대형 태풍이 빈발한 점도 문제다.

올여름 국내 바다의 때 이른 고수온 현상 때문에 수산물 양식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8일 해양수산부는 일부 남해안에 내려졌던 고수온주의보를 고수온경보로 높이고 제주와 서해 등 연안에 고수온주의보를 확대 발령했다. 경보 수역의 수온은 25.1~29.5도로 ‘뜨거운’ 수준이다. 이번 경보는 어패류 집단 폐사 등 피해가 가장 컸던 2018년보다 1개월이나 빨리 발령됐다. 예년보다 이른 폭염의 장기화 탓이다. 정부와 해당 업계의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

갈수록 더워지는 바다는 국가와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노력과 함께 이상 기후가 잦아질 가능성을 감안한 체계적이고 선제적인 정책의 필요성을 말해 준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해양과 기상 분야를 결합한 정부기관을 만들어 더욱 적극적인 기후 관리와 장기 대책 마련에 나설 때가 됐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