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mm 구리 실로 몸을 짓다
로사 개인전 ‘몸’ 16일까지
코바늘로 몸 형상 만들어내
도구로만 생각한 몸의 의미
‘자신을 담은 그릇’ 대해 질문
몸은 무엇인지, 몸으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인지를 작품으로 묻는다.
로사 개인전 ‘몸(vulnerable)’에서는 구리 실로 자아낸 몸의 형태를 만날 수 있다. 로사(이로사) 작가는 4년 전 개인전에서 몸의 일부를 형상화한 작업을 처음 선보였다. “0.3mm의 구리 실을 코바늘로 뜹니다. 정신만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나이가 들고 육체적으로 약해지니 몸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시 제목의 vulnerable은 ‘취약한’ 또는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을 의미한다. 정신보다 하위에 두고 살았던 몸. 몸이 약해지면 정신도 못 버텨낸다는 생각은 작가의 관심을 ‘육체성’으로 이끌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느낀 감각과 기억을 풀어냈습니다. 실을 떠서 내려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형태가 만들어집니다. 그냥 흐름에 맡겼지만, 어느새 사회가 요구하는 몸의 형태가 나왔습니다.” 작가는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사회적, 관습적, 문화적 영향을 말했다.
전시장에 걸린 몸들은 누군가 금방 벗어낸 허물 같은 느낌도 준다. 작가는 몸의 형상이 어느 정도 나오면 직접 몸을 넣어 움직여 본다고 했다. “구리 실로 만든 형상에 주름이 지면서 현실에 존재하는 몸이 만들어집니다. 억압이 아닌, 언제든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 지점이 생깁니다.”
몸 전체가 아닌 가슴이나 발과 같은 신체의 일부를 표현하는 작품도 있다. “여성성에 대한 고민,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에 대한 기억을 표현한 것입니다.” 실로 짠 몸은 ‘비어있음’의 의미도 가진다. 사회와 문화가 요구하는 몸을 만들어가는 것이 아닌, 자신을 담는 고유한 그릇으로서의 몸을 보여준다. “도구로만 생각했지,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몸에 대해 질문을 해보려 합니다.” 전시는 16일까지 부산 서구 동대신동 kz아트스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