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물에 들어갈 힘 남아 있을 때까지 바다 정화활동 계속할 것”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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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해양구조협회 부산 잠수팀장

“40년 가까이 바다를 드나들며 목격한 부산 앞바다 속 오염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한국해양구조협회 부산지부 김종규(66) 잠수팀장은 지난 5년간 20차례 이상 직접 영도와 해운대를 비롯한 부산 앞바다에 뛰어 들었다. 김 팀장은 폐타이어 등 폐기물을 물 밖으로 건져내는 해양 정화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올해도 지난 6일과 지난달 16일 영도 앞바다 정화 작업에 참여해 100t 가량의 폐타이어를 수거했다. 바닷속에서 오랜 시간 방치된 폐타이어는 미세 플라스틱을 배출해 해양 환경과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5년간 20차례 이상 해양 정화 봉사

올해 영도서 100t가량 폐타이어 수거

부산 앞바다 오염 심각, 부산시 나서야


크레인이 바닷속에 잠긴 폐타이어 등을 건져내는 장면이 방송 등에 종종 소개되면서 사람들에겐 해양 정화 활동이 하루 동안 진행되는 ‘연례행사’처럼 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김 팀장은 ‘행사’ 나흘 전부터 하루 5시간 가까이 잠수해 바다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폐타이어를 로프로 묶어 모아두는 작업을 미리 한다. 당일 크레인이 정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양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 팀장은 “물에 들어갈 때마다 많은 양의 쓰레기를 건져내고 있지만 봉사활동 차원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바다에 오염물 배출을 막을 수 있도록 부산시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본업으로 영도구 봉래동에서 해상구조·구난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의뢰를 받으면 침몰한 배를 인양하거나 실종된 사람을 수색한다. 12살부터 예인선에서 밥 짓는 일로 ‘뱃일’을 시작한 김 팀장은 27살에 부산지역 한 해상구조·구난 업체에 입사해 7년간 일하며 선배들에게 잠수를 배웠다. 1990년 지금의 업체를 차린 김 씨는 지금까지 20척이 넘는 선박을 인양했다. 2010년엔 천안함 선체 인양 작업에도 참여했다.

많은 해양 수색 작업 중에서도 김 팀장은 18년 전 중구 중앙동 제2부두 앞바다에서 어느 고철상의 시신을 찾은 일을 특히 기억한다. 그해 추석 연휴를 며칠 앞둔 어느 날 고철을 운반하던 통선이 전복되면서 배에 타고 있던 고철상이 바다에 빠져 실종됐다. 며칠 동안 이어진 해경의 수색에서도 그가 발견되지 않자 유족은 시신이라도 찾아달라며 김 팀장에게 의뢰해왔다. 고철상의 시신은 육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됐고 유족에게 인계됐다. 김 팀장은 “살기 위해 발버둥 쳤을 그의 몸부림이 떠올라 안타까운 마음에 유족들에게 보수를 받지 않고 대신 화환과 부조금을 전했다”고 전했다.

5년 전 김 팀장은 봉래동 물양장에 사비를 들여 구명 튜브를 비치했다. 인근 포장마차 등에서 술을 마신 취객이 물에 빠지는 사고가 종종 일어났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평소 10시까지 사무실에 머물다 물에 빠진 사람은 없는지 순찰한 뒤 퇴근한다”며 “올해에도 4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오랜 잠수 활동으로 잠수병을 얻어 청력이 좋지 않다. 체력도 떨어져 예전처럼 깊은 수심에서 잠수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물 밖으로 건져낸 폐타이어가 쌓여 있는 모습을 볼 때면 큰 보람도 느낀다. 김 팀장은 “물에 들어갈 힘이 남아있을 때까지 쓰레기와 사람을 건져내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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