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가족 3명 참사 ‘재송동 아파트 화재’ 당시 경보기 안 울렸다
일가족 3명이 숨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고층 아파트 화재(부산일보 7월 6일 자 10면 등 보도)와 관련해 사고 당시 화재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이 나기 직전 같은 아파트의 다른 동에서 화재 감지기가 오작동했고, 관리사무소 측이 이 아파트 전체 동의 화재 경보기를 모두 중지하는 바람에 곧바로 실제 불이 났을 때 화재 경보기가 전혀 울리지 않았다. 화재 경보기만 제대로 작동됐다면 새벽 시간 자고 있던 피해자들이 대피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확보해 일가족이 숨지는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 나기 17분 전 다른 동 오작동
해당 세대 감지기 정지 과정서
전체 동 연동돼 ‘동시 정지’ 초래
3분 후 참사 현장서 화재 발생
유족 “경보기 제대로 울렸으면
대피할 시간 확보했을 텐데…”
11일 〈부산일보〉가 입수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의 화재 경과 확인서에 따르면, 일가족 3명이 숨진 해운대구 재송동 A동 13층 화재는 지난달 27일 오전 4시 9분에 발생했다. 이로부터 불과 17분 전인 오전 3시 52분, 인근 B동 한 세대 내에서 화재 경보가 울렸다. 당시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제센터에서 B동의 화재경보를 확인했다. 이 아파트 화재경보 시스템은 관리사무소 방제센터가 전체 동의 화재를 총괄 관리하면서 화재경보가 울리면 직원을 보내 확인하는 방식이다.
출동한 직원은 B동 세대 거실 화재감지기가 습기 등의 이유로 오작동을 일으킨 것을 확인했다. 감지기 교체와 환기 등의 조처를 한 직원이 관리사무소에 화재 경보장치 정지를 요청한 시간은 오전 4시 6분이었다. 해당 세대 화재 경보를 정지 상태로 하자 아파트 전체 동의 화재 경보가 동시에 정지됐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화재경보기는 전체 아파트 세대가 연동돼 이번처럼 한 개 동 화재 경보를 끄면 아파트 전체의 화재 경보가 중지된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B동의 화재 경보를 정지한 지 불과 3분이 지난 오전 4시 9분, A동 13층에서 불이 났다. 관리사무소 방제센터는 중앙 관제시스템을 통해 A동 13층에서 발생한 화재 경보를 감지했다. 하지만 발화층을 포함해 바로 위 4개 층의 화재 감지기는 전혀 울리지 않았다. 아파트 전체 화재 경보기의 기능이 정지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소방은 불이 꺼진 집 안에 쓰러져 있던 50대 부부와 20대 딸 등 3명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모두 숨졌다.
현행 소방법은 공동주택에서 불이 났을 때 불이 난 ‘발화층’과 그 위 4개 층에만 경보를 알리는 ‘우선경보방식’을 택하고 있다. 인명 피해 우려가 커 대피가 시급한 층 세대에만 우선적으로 화재를 알리기 위한 것이다.
119에 최초에 화재 신고를 한 것은 옆집에 사는 이웃이었다. 신고 시간은 오전 4시 17분으로, 최초 발화에서 최소 8분이 지난 상태에서 첫 신고가 이뤄진 것이다. 최초 신고자는 “날씨가 더워 선잠을 자고 있었는데 거실에서 매캐한 냄새가 나서 현관문을 열어보니 뜨거운 열기와 검은 연기로 시야 확보가 안 됐다”면서 “처음에는 불인지도 모르고 신고했는데 불이 꺼질 때까지 화재 경보는 전혀 울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가족 역시 새벽 시간 화재감지기가 작동하지 않아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가족은 “화재경보가 제대로 울렸다면 대피가 가능하거나 진화가 빨리 이뤄졌을 것”이라며 “병원에서도 조금이라도 빨리 이송됐다면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가슴이 무너지는 심정이다”고 말했다. 또 “왜 화재 경보기를 중지 상태로 해놨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처음 발생한 오작동으로 화재 경보기를 중지시키려면 전체 동이 연동돼 있는 시스템상 모든 화재 경보기가 중지될 수밖에 없고, 일정 시간 다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