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통학버스 사고… 어린이 희생 언제까지 놔둘 건가
부산에서 3세 아이가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끼여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22개월 된 유아가 유치원 통학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부산일보 7월 6일 자 10면 보도)가 발생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유사한 사고가 또 난 것이다.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를 막을 관련 법 강화와 운전자 인식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9시 7분 부산진구 개금동 한 어린이집 앞 도로에서 A(3) 군이 통학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 경찰에 따르면 A 군은 어린이집 통학차량이 원생을 어린이집 앞에 내려주고 출발하는 과정에서 사고를 당했다. A 군은 차량에 끼여 상당한 거리를 끌려갔다. 당시 사고를 목격한 어린이집 교사들이 급하게 차량을 뒤쫓아가 멈춰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A 군은 전신 골절 등 중상을 입고 현재 병원에 옮겨져 치료 중이다.
12일 부산진구 어린이집 3세 아동
출발하는 차량에 끼어 전신 골절
열흘 전 해운대 22개월 유아 사망
잇단 사고에 학부모 우려 커져
운전자 교육 등 관련 법 강화 필요
사고를 낸 버스는 20인승 차량으로, 운전석이 높은 편이다. 경찰은 하차하는 10여 명의 원생 중 뒤늦게 차량에서 나오던 A 군을 통학차량 기사 B 씨가 못 본 채 차량을 출발시킨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차량에는 어린이집 교사가 함께 타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어린이집 관계자와 운전자 B 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차량에 함께 탑승했던 어린이집 교사의 과실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운전자 B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치상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아찔한 통학버스 사고가 연이어 벌어지면서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들의 우려도 커진다. 6세 아이를 키우는 이 모(41) 씨는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는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를 다니는 모든 어린이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고다 보니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최근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마다 신호를 무시하고 도로를 달려가지 않는지 더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어린이집 통학버스 사고가 난 지 채 열흘도 되지 않아 비슷한 사고가 또 나면서 이런 긴장감이 더 크다. 지난 4일에도 22개월 된 어린이가 유치원 통학버스에 치여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8시 45분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22개월 된 C 양은 보호자가 미처 보지 못한 사이 버스 앞으로 걸어가다 C 양을 보지 못하고 출발한 통학버스에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올 5월 4일 오후 1시 50분께 경남 거제에서는 초등학교 주변 건널목에서 학원 통학차량이 신호를 무시하고 출발했다가 D(8) 군과 충돌하는 사고도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통학버스에 경로 안전바 등을 안전 옵션으로 달도록 하는 등 통학버스 안전 관련 법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도로교통공단 최재원 교수는 “통학버스 승하차 시 문이 열릴 때마다 자동으로 내려오는 안전바 등을 설치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면 사고를 대폭 방지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는 통학버스의 안전바 설치 등이 법제화돼 어린이의 운전석 인근 통행을 제한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일반 승용차에 비해 버스는 사각지대가 1.5배 넓은 만큼 통학버스의 안전 옵션 설치를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학버스 운전자들에게 어린이 특성을 이해시키는 교육을 진행하는 등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도로교통공단 박무혁 교수는 “통학버스 운전자들은 몸집이 작으며, 좌우를 보지 않고 도로에 뛰어드는 등 어린이의 특성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통학버스 운전자 대상 의무교육이 질적, 양적으로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