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전수 학력평가 내년 시행 확정… 학부모 우려 고조
하윤수 교육감 75개 공약사업 확정
기초학력 진단·학업성취 평가 시행
성적 제공 시 등수 미공개 방침에도
교원·학부모 단체 “경쟁 심화 우려”
민선 5대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직 인수위원회가 교육가족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전수 학력평가를 내년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결론 내렸다. 인수위는 줄세우기와 서열화를 방지하기 위해 성적 제공 시 등수는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교원단체와 학부모들은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수위는 지난 15일 부산진구 부산미래교육원 대강당에서 ‘대시민 보고회’를 열고 앞으로 4년간 하 교육감 체제 아래 부산시교육청이 추진할 주요 과제와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6대 영역, 26개 과제, 75개 공약 사업 중 뜨거운 감자였던 ‘전수 학력평가’는 올해 하반기 시범을 거쳐 내년에 전면 도입된다. 인수위 계획에 따라 부산지역 초·중·고 모든 학생들이 치게 될 시험은 ‘기초학력 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 평가’ 등 2가지다.
기초학력 진단평가는 예년처럼 3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전체 학생들이 응시하되, 성적표에 기존 ‘도달·미도달’ 방식이 아닌 ‘성취율’(전체 문항 수 중 정답 비율)과 문항별 정답·오답 여부 등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학업성취도 평가 역시 ‘1~4수준’으로 제공되던 성적표를 영역별 성취율과 문항별 정답·오답 형태로 제공한다. 정부의 평가 대상 확대 로드맵에 따라 올해는 기존 고2·중3과 초등학교 6학년이 응시하고, 내년에는 고1과 초등5까지 확대, 2024년에는 초등3~고2 전체 학년이 응시하게 된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컴퓨터 기반의 맞춤형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면 도입해, 기존 3% 표집 시행이 아닌 희망 학교는 모두 응시할 수 있도록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부산지역은 자율이 아닌 시교육감 재량으로 모든 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대신 인수위는 학생 간 줄세우기와 학교 간 서열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성적표에 등수는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사교육 조장 우려가 높은 학업성취도 평가의 경우 컴퓨터 기반의 ‘문제은행식 출제’로 같은 날 같은 문제를 응시하는 일제고사 방식이 아니어서, 학생·학교 간 단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다.
성취율로 학생의 영역별 수준 정도만 파악하는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인수위 내에서도 전수 평가가 야기할 부작용을 완전히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인수위원은 “학원이 평가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고, 사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는 내년에 실제로 시행을 해봐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전수 평가에 비판적이었던 교원·학부모 단체의 우려도 여전하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논평을 통해 “인수위가 등수를 내는 것이 반교육적이란 점을 이해한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전수 평가를 고집하는 데 우려를 표한다”며 “최근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교수의 ‘학창 시절을 공부가 아니라 평가 받기 위해 보내고 있다’는 발언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부산지부도 “전수 평가와 성적 공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으로, 지역·학교 간 줄세우기와 경쟁 심화 등의 결과를 초래했다”며 “(등수가 아닌)성취율을 매기고 공개한다고 해서 학력이 나아지고, 답안만 외우게 하는 것이 학생들의 교육과 미래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강기수 인수위원장은 “학업성취도 평가는 일부 학원에서 홍보용으로 악용할 수도 있지만, 학교나 반별로 다른 문제를 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대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문제은행식)컴퓨터 기반 평가가 시행상 어려움이 있어 만약 일제고사 식으로 변화한다면, 그 부분은 차후에 고려해볼 문제다”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