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 위해 만든 ‘소망계단 모노레일’ 정작 주민은 ‘시큰둥’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서구청이 동대신동2가에 설치해 지난 1일부터 정식 운영 중인 소망계단 모노레일. 부산 서구청이 동대신동2가에 설치해 지난 1일부터 정식 운영 중인 소망계단 모노레일.

부산 서구 산복도로에 설치된 ‘소망계단 모노레일’이 운영을 시작했지만 정작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편을 호소하거나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나온다. 탑승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이동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오히려 일부 주민의 동네 통행이 막힌다는 이유다.

17일 부산 서구청에 따르면 서구청은 서구 동대신동2가 소망계단에 모노레일을 설치하고 올 5월 말 시범 운영을 시작해 이달 1일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소망계단은 망양로와 중앙공원을 잇는 가파른 경사로에 설치된 192개 계단으로, 모노레일은 계단 위 공중에 레일을 설치하고 케이블카처럼 승강기를 매달아 주민들을 운송하는 방식이다.


망양로~중앙공원 잇는 192개 계단

이달부터 모노레일 정식 운영

주민들 “속도 늦고 대기 길어 불편”

시범 운행 기간 시스템 오류 발생

이웃 통행 방해 관광객 소음 호소도


모노레일이 설치된 구간은 망양산복도로에서 민주공원 진입도로까지 총 90m이다. 승강기 총 2대가 1구간(망양산복도로에서 계단 중간까지 43.8m)과 2구간(계단 중간부터 민주공원 진입도로까지 46.2m)을 각각 운행한다. 모노레일에는 최대 2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서구청은 17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모노레일은 경사로 고령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설치됐지만 현장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가장 큰 문제는 모노레일의 속도다. 모노레일은 한 구간을 오르는 데 약 3분이 걸리고, 1구간과 2구간을 모두 타면 약 7분이 소요된다. 이마저도 탑승 대기 인원이 없을 때 걸리는 최단 시간이다. 탑승 인원이 2인밖에 안 되는 데다 자동 운행이 아니라 탑승자가 있어야 이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승강기가 이동 중이라면 탑승 전에도 길게는 10분 안팎을 기다려야 한다.

현장에서는 이런 불편 때문에 모노레일을 타지 않고 걸어 올라가는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모노레일 설치 이후에도 계단을 이용한다는 주민 박 모(80) 씨는 “대기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시범 운행 때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는 걸 본 적도 있어서 모노레일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모노레일 운행 구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오히려 동네 통행이 막혔다는 원성도 낸다. 레일 기둥과 난간 등으로 계단 양쪽의 주택가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단절됐기 때문이다. 특히 모노레일 운행 중에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소망계단 중간지점에 설치된 안전문으로만 통행해야 해서 주민들은 건너편으로 넘어가기 위해서 빙 둘러서 이동하거나 모노레일 운행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모노레일 운행 구간에 거주하는 이 모(69) 씨는 “모노레일이 설치되고 난간과 기둥, 안전문이 생기면서 걸어서 5초도 되지 않는 거리의 이웃집과 소통이 막혔다”라며 “관광객들도 종종 찾아와 이전보다 마을이 시끄러워졌고 장애물까지 생겨 모노레일 설치 동의를 후회하는 주민들도 꽤 생겼다”라고 말했다.

서구청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불편 사항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서구청 미래전략국 신성장사업추진단 관계자는 “소망계단 모노레일은 나이가 많은 주민들의 이동 복지를 위해 설치한 것이기 때문에 안전 문제를 고려한 속도와 시스템으로 운행되고 있다”라며 “모노레일 운영 상황을 계속 점검하고 있고, 주민들이 제기하는 불편 사항들은 점차 개선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