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폐지 법안’ 발의…“현행 0.23%→내년 0.1%, 2025년 완전 폐지”
작년 한 해에만 15조 5957억 원 걷어들여…2019년 대비 2.6배 규모
고용진 의원 “대주주 양도세 완화가 아니라 증권거래세 폐지해야”
현행 0.23%인 증권거래세를 내년(2023년)에 0.1%로 낮추고, 2024년에는 0.05%, 2025년에는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서울 노원갑) 국회의원은 20일 주식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폐지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현행 0.23%(농특세 포함)인 증권거래세를 2023년에는 0.1%까지 낮추고, 2024년에는 0.05%, 2025년에는 완전히 폐지하는게 골자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본시장에서 주식을 팔 때마다 0.23%의 거래세를 매기고 있다. 이렇게 걷어 들인 세금은 작년 한 해에만 15조 5957억 원에 달하는 등 2019년(6조1082억 원) 대비 2년 만에 2.6배나 불어났다.
증권거래세 중 개인투자자가 낸 거래세가 전체의 70%가 넘는다. 실제로 작년 전체 주식 거래대금 6769조 원 중 개인의 거래대금이 4904조 원으로 72%를 차지했다. 주식투자자를 1000만 명이라 가정하면, 주식 투자를 통해 돈을 잃든 벌든 매년 1인당 100만 원 이상의 거래세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는 2020년 기준 1조 5462억 원에 불과하다. 현재 종목당 10억 원 넘게 가지고 있는 ‘대주주’에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세는 높고 양도세는 낮은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의 기본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후진적 금융세제를 선진화하고, 과도하게 거래세를 부담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2020년 여야 합의로 소득세법을 개정했다. 주식양도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고 대신 증권거래세를 0.25%에서 2023년부터는 0.15%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대주주 범위는 현행 종목별 10억 원에서 100억 원까지 대폭 낮추고, 0.15%로 내리기로 한 증권거래세는 0.2%까지만 소폭 인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상장주식 과세 대상 확대는 여야 상관없이 2012년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오던 정책이다. 원래 종목당 100억 원 이상 가진 고액자산가에만 부과되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50억 원, 박근혜정부에서 25억 원, 문재인정부에서는 10억 원까지 과세 대상이 줄곧 확대되어 왔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종목당 100억 원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자산소득 과세 정상화가 10년 전으로 후퇴하게 된 셈이다.
종목당 100억 원 넘게 가진 ‘대주주’는 1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개인투자자 1384만 명의 0.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주식부자를 겨냥해 대주주 범위를 축소하면 막대한 세수 감소가 불가피해진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증권거래세율을 0.2%로 낮출 계획이다. 2020년 여야는 2023년부터 증권거래세율을 0.15%로 낮추기로 하고 증권거래세법을 개정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증권거래세 인하안은 2020년 여야 합의안보다 33%만큼(0.05%) 인상한 것이다.
1년에 개인투자자의 거래대금을 3000조 원이라고 가정하면 1조 5000억 원 만큼 더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부자감세로 인한 막대한 세수 결손을 개인투자자가 메꾸게 할 속셈인 것이다.
이에 고용진 의원은, 침체된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법안을 내놓았다.
고용진 의원은 “주식 과세 대상을 확대하고 거래세를 내리는 것은 오랜 기간 여야 컨센서스였다”면서 “2020년 여야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내팽개치고 부자감세를 추진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려면 대주주 양도세 범위를 축소할 것이 아니라 증권거래세를 내리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은 고용진 의원을 비롯해 기동민, 김영진, 변재일, 신현영, 윤관석, 임호선, 전용기, 전해철, 정성호, 한준호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