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험한 통학길, 어린이 보호는 어른의 의무다
어린이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최근 통학버스에 치여 어린이들이 심하게 다치거나 목숨까지 잃는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지난 4일에는 22개월 된 A 양이 부산 해운대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어린이 통학버스에 치여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39인승 통학버스 앞쪽으로 걸어간 A 양을 부모와 운전자가 미처 보지 못하면서 발생한 참사다. 열흘 전에는 부산진구 개금동 한 어린이집 앞 도로에서 3살 난 B 군이 통학버스에 끌려가다가 크게 다쳤다. 이처럼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는 그동안 강 건너 불 보듯 팔짱만 끼고 있던 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경종을 울린다.
통학버스 교통사고 연이어 발생
충돌 감지 센서 등 강제 규정 시급
어린이에게 가장 안전한 이동 수단이어야 할 어린이 통학버스로 인해 어린이가 다치거나 죽은 사고는 대부분 어처구니없는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2017~2019년에는 해마다 80~100여 건의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가 일어났다고 한다.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로 인해 2016~2020년 5년간 모두 525명의 아이가 다쳤고, 2명이 숨졌다. 또한, 지난해 어린이 교통사고는 전국에서 8889건이 발생해 1만 978명이 부상하고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55%(4853건)는 운전자가 아이를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발생한 안전 운전 의무 불이행 때문으로 분석될 정도다.
매번 판박이처럼 일어나는 안타까운 어린이 통학버스 사고는 그동안 발의·시행된 관련 법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만 증명한다. 어른들은 소중한 어린 생명들이 쓰러질 때마다 “안타까운 죽음을 막겠다. 지켜 주겠다”라면서 아이들의 이름을 새긴 법안을 만들었지만, 그때뿐이었다. 세림이법, 해인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등 지금까지 법안이 어른 동승과 안전띠 착용 및 교육 등 예방이 주된 목적이어서 아이들을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매번 유사한 형태의 안타까운 사고를 막는 데 실패했다. 그래서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받고 있다.
도로에서 순식간에 벌어지는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다면 해운대 A 양과 같은 사고도 방지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통학버스 전방이나 측면에 충돌 감지 센서와 사각지대 방지 미러 등을 부착해 안전성을 이중으로 담보할 수 있는 기술적인 강제 안전장치를 도입하자는 전문가들의 요청도 이번 기회에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아이들이 안전하게 버스에 타고 내릴 수 있는 정류장 등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아이들이 살기 좋은 도시’가 바로 ‘아이 낳기 좋은 도시, 어른들이 살기 좋은 도시’이다. 어른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의지만이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다. 지속적인 관심과 입법을 통해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 아이들의 안전이 곧 어른들의 행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