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부담에 척추 질환 방치? ‘양방향 내시경술’도 있어요!
허리와 다리 통증을 유발하는 척추질환은 누구나 흔히 겪는 질환이자, 나이가 들수록 심해지는 퇴행성 질환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실내에서 앉아서 지내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면서 최근에는 고령층뿐 아니라 20~30대 환자도 늘고 있다. 허리가 아파서 늘 파스를 달고 살거나 잠도 편안히 잘 수 없을 만큼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참고 버티다가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배변에 어려움을 겪는 단계까지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큰 절개 없이 작은 구멍 2개 낸 뒤
한쪽엔 고배율 내시경 카메라 삽입
다른 쪽엔 수술 기구 넣어 시술
조직 손상·수술 중 출혈 적어 각광
■노화·나쁜 자세 등이 척추질환 초래
척추 질환의 원인으로는 노화 뿐 아니라 기저질환이나 나쁜 자세, 비만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척추 질환에는 추간판 탈출증과 척추관 협착증이 있다. 흔히 ‘허리디스크’라고 부르는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 마디 사이에 있는 물렁뼈로, 척추의 움직임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거나 줄이는 역할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에 문제가 발생해 생긴다. 무리한 운동이나 잘못된 자세, 외상 등에 의한 강한 압박으로 추간판을 감싸고 있는 섬유륜이 찢어지면서 디스크 내부의 수액이 빠져나와 척추관을 지나는 신경을 압박하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척추관 협착증은 신경이 지나는 통로 역할을 하는 척추관의 공간이 좁아지고 이로 인해 신경이 눌리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면서 척추관 주변의 인대가 굵어져 신경을 누르기 때문인데 허리를 펴고 오래 걷거나 서 있을 때 다리가 저리거나 허리에 뻐근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누워있으면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악화되고 심하게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보행 장애까지 초래한다.
부산고려병원 척추내시경센터 최승현 센터장은 “척추질환 초기에는 약물·주사 치료나 재활 치료, 물리 치료, 신경차단술 등 비수술적 방법을 통해 통증을 치료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 같은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없이 증상이 지속되고 신경 압박이 심하다면 CT, MRI 등 정밀검사를 통해 척추 상태를 정확히 진단한 뒤 수술적 치료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방향 내시경술로 위험·고통 줄여
기존의 척추 수술은 절개를 통해 병변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큰 절개로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지만 피부 및 근육 등의 정상적인 조직 손상이 심한데다가 출혈도 많이 발생해 환자, 보호자는 물론 집도하는 의사로서도 부담스러운 수술이었다. 이 때문에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을 가졌거나 고령의 환자들은 후유증을 우려해 수술을 기피하거나 가급적 수술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고 하다 보니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물론 질환이 더 악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처럼 기존의 수술의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UBE, Unilateral Biportal Endoscopy)’이다.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은 큰 절개 없이 1cm 이하의 작은 구멍 두 개를 낸 뒤 한쪽에는 고배율 내시경 카메라를, 다른 쪽에는 수술 기구를 삽입해 이뤄지는 수술이다. 집도의가 시야를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신경을 눌린 부위의 조직을 정확하고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피부 및 근육 등의 조직 손상이 거의 없고 수술 중 출혈으로 수혈을 하는 경우도 드물어 안전성을 대폭 높인 수술로 주목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통증이 적어 수술 후 바로 다음날부터 혼자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일상복귀를 기대할 수 있다. 척추 구조에 중요한 근육을 최대한 보존하기 때문에 척추의 퇴행성 변화도 늦출 수 있다.
최 센터장은 “위 척추뼈가 아래 척추뼈보다 배 쪽으로 밀려나가면서 허리와 다리 통증을 일으키는 척추전방전위증은 수술 부위 절개에 더해 척추뼈를 고정시키는 나사못 고정술까지 받아야 하는 경우가 흔한데, 기존의 절개수술 방식을 사용하면 출혈이 심하고 근육도 많이 손상돼 오랜 기간 입원해야 하는 등 환자로서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로 나사못 고정술을 시행할 수 있게 되면서 만성 질환자와 고령 환자도 큰 걱정 없이 척추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맞춤 치료 중요
추간판 탈출증, 척추관 협착증과 같은 척추질환 치료는 환자 개개인의 증상과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단계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무리한 운동을 피하면서 소염진통제 등 약물치료와 도수·물리 치료로 증상을 완화하다 이후 신경성형술과 같은 비수술적 시술을 시행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부산고려병원 척추내시경센터는 만성 척추질환으로 인해 일상에서 고통을 받는 이들에게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로 근본적인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 정확한 진단을 통해 척추 신경을 누르는 원인을 밝혀내고, 증상 개선을 위한 맞춤치료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내과, 영상의학과 등 분야별 전문 의료진 간의 협진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척추내시경센터를 이끌고 있는 최승현 센터장은 허리·목 디스크와 척추관 협착증, 퇴행성 척추변형 등 오랜 기간 척추 질환을 전문적으로 보면서 나사못 고정술 등 고난도 수술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으며, 매주 척추 컨퍼런스를 진행하면서 의료진과 수술 케이스 스터디를 정기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척추 질환이 있다면 수술이나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망설이지 말고, 풍부한 경험을 가진 척추 전문의와 치료팀이 있는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통해 나에게 꼭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