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금융 외면 ‘저신용자’ 불법 사금융으로 몰린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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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발표, 등록 대부업체 이용자 줄어
법정 최고 금리 인하로 대부업체 대출 꺼려
저신용자 등 설문서 상당수 ‘제도권 밖’ 이동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 앞 대출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 앞 대출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자영업자 김 모(44) 씨는 최근 가게 운영비 2000만 원을 구하기 위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할까 망설이고 있다. 김 씨는 저신용자이고 대출 한도도 초과해 이미 1·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했다. 김 씨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집을 담보로 2억 5000만 원, 신용대출로 8000만 원을 빌린 데다 수차례 연체 탓에 신용등급도 6등급 이하로 떨어졌다. 김 씨는 ‘벼랑 끝 심정’으로 등록 대부업체로 향했으나 결국 대출을 받지 못했다.


지난해 법정 최고 금리가 인하되면서, 등록 대부업체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대출을 거절했다. 김 씨는 “가게를 운영하며 내 나름대론 열심히 살아왔다. 근데 당장 가게를 정상화하기 위해 돈을 빌릴 곳은 불법 사채뿐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1·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저신용자들이 등록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받지 못해 결국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2021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정 최고금리가 지난해 7월 연 24%에서 20%로 낮아진 이후 대부업체 이용자는 지난해 6월 123만 명에서 지난해 말 112만 명으로 11만 명(8.9%) 줄었다. 금융업계에서는 11만 명 중 상당수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근 저신용자(6~10등급) 7158명과 대부업체 1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등록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한 인원은 3만 7000~5만 6000명으로 추정된다.

또 이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에서 이용한 대출액은 6400억∼97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결과는 대부업 이용자 중 신용평점 하위 10% 집단의 NICE평가정보 자료와 설문 조사 분석으로 나왔다.

이 같은 배경에는 법정 최고 금리가 지난해 연 24%에서 20%로 인하된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정부가 고금리 피해를 막기 위해 법정 최고금리를 낮춘 것인데, 역설적으로 저신용자들을 제도권 금융 밖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혜택이 일부에게만 돌아가고 있으며 정말 돈이 급한 저신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불법 사채를 이용하고 있다”며 “저신용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도권 금융이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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