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뉴스 요리] 경찰대를 어쩌나
졸업만 하면 7급 상당 경위 임용 특혜
경찰 장악 위한 분열 조장·조직 갈라치기
폐지와 전문대학원으로 전환 등 갈림길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정부와 일선 경찰 간 충돌의 불똥이 경찰대로 튀고 있다. 총경급 간부들이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초유의 경란 사태 와중에 행안부가 경찰대 개혁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총경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국기 문란, 하나회의 12·12 쿠데타 등 거친 표현으로 몰아세우며 이를 주동한 세력으로 경찰 내 경찰대 출신들을 겨냥했다. 쿠데타 표현에 등장한 하나회가 바로 경찰대를 비유한다는 것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경찰대를 졸업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경위부터 출발하는 건 불공정하다”며 경찰대 개혁 추진을 공식화했다.
∎ 경찰대 출신 경찰 수뇌부 장악
경찰대학은 역량 있는 경찰 간부 육성을 목표로 1979년 제정된 경찰대학 설치법에 근거해 설립된 4년제 특수대학이다. 1981년 개교해 2021년 37기가 졸업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 13만 1394명의 경찰 중 경찰대 출신은 3272명으로 전체의 2.4%다. 그러나 최근 4년간 고위직에 해당하는 경무관 승진자 중 경찰대 출신이 68.8%를 차지하고 일반 출신은 4%에 불과하다. 전국의 현직 총경 630여 명 중 경찰대 출신이 60%에 이른다. 경찰 수뇌부를 경찰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대 출신들이 승진 가도를 달리며 1기에서 처음으로 이강덕 현 포항시장이 경찰 최고 계급인 치안총감에 올라 해양경찰청장을 지냈다. 첫 경찰청장은 2기 출신 강신명 전 청장이며 직전 김창룡 경찰청장이 4기다. 윤희근 경찰청장 내정자는 7기다. 전국경찰서장회의를 주도했다 대기 발령된 류삼영 총경이 4기다.
∎ 경찰대 특혜 경찰 내부 위화감
경찰대는 역량 있는 경찰 간부 육성이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시대가 흐르며 폐지 논란이 이어졌다. 이제 4년제 대학 출신들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순경으로 입문한다. 순경으로 시작한 경찰관이 승진 시험을 치르지 않고 근속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순경→경장 4년, 경장→경사 5년, 경사→경위 6년 6개월 해서 15년이 넘게 걸린다. 수능 성적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별도의 절차 없이 경위를 주는 것은 특혜라는 주장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찰 내부 위화감과 현장 경찰의 사기 저하 등 문제점이 생겨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경찰대 졸업자들이 경찰에 투신하기 보다 로스쿨을 선택해 진로를 바꾸는 비율도 갈수록 늘어나 경찰대 무용론의 논리적 근거를 제공한다. 경찰대 개혁 논의는 앞선 정부에서도 제기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경찰 내에 특정 집단의 독주 체제가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찰대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후보 시절 경찰대 존속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8년 경찰대학 개혁 추진위원회를 통해 16개 개혁 과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경찰 장악 위한 조직 갈라치기
행안부의 경찰대 개혁 추진을 경찰 장악을 위한 조직 갈리치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만만찮다. 경찰대 개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지만 경란 사태의 와중에 경찰대 문제를 정면 제기함으로써 내부 분열과 갈라치기를 통해 개혁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공무원이 되기도 힘든데 7급 공무원으로 자동 보임된다는 게 요즘 말하는 불공정의 시작이 아니냐며 공정 문제까지 거론한 것도 경찰대 폐지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이다. 정권을 쥔 검찰 권력이 경찰 장악을 위해 핵심인 경찰대에 칼끝을 겨누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수사권 분리를 주도한 세력도 경찰대 출신이었다는 점에서 현 정부가 경찰대를 눈엣가시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첫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 주축인 경찰대 4~5기를 배제하고 경찰대 수사 라인의 상당수를 승진에서 제외하며 경찰대 힘빼기를 본격했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경찰의 전반적 수준과 자질 향상 등 경찰대가 경찰 발전을 위해 기여한 점은 무시하고 특혜만 부각하는 것은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경찰대가 불공정하다는 장관의 발언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해도 이등병부터 시작해야 하느냐 등의 이야기가 떠도는 등 정권의 경찰 장악 의도를 희화화하는 움직임도 있다.
∎ 경찰대학 폐지 수순으로 가나
정부가 경찰대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앞으로 경찰대는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경찰대는 당초 120명이던 정원을 100명으로, 그나마 고졸 시험 전형은 50명으로 줄이고 편입학 제도 도입 등 나름의 개혁 과제를 진행해 왔다. 행안부는 경찰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8월 중 국무총리 산하에 민관합동 경찰제도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6개월 내 개혁 방향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행안부는 이 위원회에서 경찰대 개혁과 사법·행정 경찰 구분, 국가경찰위원회·자치경찰제 개선 등을 논의할 계획인데 경찰대 개혁이 핵심 의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 정부의 의지를 감안하면 경찰대는 향후 세무대처럼 폐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세무대는 2년제 국립대학으로 경찰대와 같은 시기인 1981년 개교했는데 2001년 폐교됐다. 수사권 분리 등에 따라 전문적인 수사 인력 양성의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전문대학원 형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향후 수사와 기소의 분리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수사 능력 제고와 전문화가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선 경찰대를 폐지하고 경위 임용제도를 손보려면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재의 상황으로는 야당이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아 경찰대 개혁 추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쨌든 향후 ‘검수완박’ 법률 시행 등 정국과 맞물려 당분간 경찰대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