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공간, 추상회화로 구축하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제갤러리 부산점 이희준 개인전
색면추상과 포토콜라주 작업 선봬
화면 위에 건축처럼 새 환경 구축
공간에서 느낀 감상 작품에 담아

이희준 'The Temperature of Barcelona'. 국제갤러리 제공 이희준 'The Temperature of Barcelona'. 국제갤러리 제공

건축 설계를 연상시키는 그림.

부산 수영구 망미동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리고 있는 이희준 개인전 ‘Heejoon Lee’에서는 색면추상 ‘어 쉐이프 오브 테이스트(A Shape of Taste)’와 포토콜라주 작업 ‘이미지 아키텍트(Image Architect)’의 연장선에 놓인 신작을 만날 수 있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공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장소, 여행 중 마주친 풍경이 담긴 작품이다.

‘88년생’ 작가인 이희준은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한국에서 마주한 ‘다채로운 색감’에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글래스고 예술대학교에서 공부하고 돌아왔는데 서울이라는 지역이 낯설게 보이더군요.” 다채로운 색감 속에서 작가는 과거의 건물 위에 새로운 트랜드가 쌓여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홍대나 한남동 주택가 풍경을 확대·해체·재구성한 색면추상 작업 ‘어 쉐이프 오브 테이스트’의 시작이다.

이희준 작가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찍은 사진으로 만든 작품 앞에 서 있다. 오금아 기자 이희준 작가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찍은 사진으로 만든 작품 앞에 서 있다. 오금아 기자
국제갤러리 부산점에 전시된 이희준 작가의 작품. 색면추상 시리즈 작업이다. 오금아 기자 국제갤러리 부산점에 전시된 이희준 작가의 작품. 색면추상 시리즈 작업이다. 오금아 기자

일상의 공간을 추상회화로 옮기기. 이희준은 회화 작업 속 색이나 면에 보이지 않게 녹아있는 기억 속 풍경은 포토콜라주 기법으로 구체화했다. “회화라는 매체가 어떻게 건축과 만나 건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했어요. 기존 회화 작업이 건축 구조를 따라가는 방식이라면, 포토콜라주 작업은 레퍼런스로 쓰던 사진 이미지 위에 자의적으로 환경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죠.”

이희준의 작업에서는 ‘건축’과 관련된 요소들이 두드러진다. “대단지 아파트, 똑같은 집, 똑같은 인테리어. 그리고 학교까지 효율성을 추구하는 딱딱한 환경이 미감이나 성격 형성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어요.” 대학 때 벽화 제작이나 인테리어 현장 같은 ‘액티브’한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다는 작가는 ‘공구리’ ‘도끼다시’ 같은 건설 현장 용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했다.

이희준 'Jade and Brown'. 국제갤러리 제공 이희준 'Jade and Brown'. 국제갤러리 제공
이희준 'A Shape of Taste no.44'. 국제갤러리 제공 이희준 'A Shape of Taste no.44'. 국제갤러리 제공

이미지 아키텍트에서 제일 아래 이미지 사진을 올리고, 그 위에 회화적 언어를 올리는 과정은 건축에서 구조물이 하나씩 쌓여가는 것과 흡사하다. 그림을 가로지르는 검은 선은 먹줄을 튕겨 수평을 잡거나 실에 추를 달아 수직을 잡는 것에서 나왔다. “레이어가 드러났으면 했어요. 선과 점은 마지막에 화면의 조형미와 리듬감을 생각해서 넣습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는 부산시립미술관과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찍은 사진을 사용한 작품이 있다고 소개했다. “일상적 경험 속에서 어떤 공간이 갑자기 새롭게 보인다거나, 공간에서 느낀 습도·온도·채광·냄새 같은 ‘감상’을 담아냅니다. 최근에는 ‘아시바’라 부르는 비계 개념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 비계 개념을 좀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해볼까 합니다.” 이희준 개인전 ‘Heejoon Lee’는 8월 14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린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