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街 친환경 행보…플라스틱 대신 종이 활용도 높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올해 5월 발간한 '국제사회의 플라스틱 규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과 폐기물 발생량은 늘고 있으나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40% 이상 포장재에서 발생하며, 소비재(12%)와 섬유(11%)가 그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감소세의 영향으로 경기 회복과 함께 플라스틱 사용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플라스틱세 부과, 포장재 규제 등 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전 세계적인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 부처별 다양한 탈플라스틱 정책을 마련해 적극 이행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기업도 친환경을 키워드로 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유통업계를 중심으로는 소비활동만으로 환경 보호에 동참하고 생활폐기물을 줄이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에는 플라스틱과 비닐 사용 비중을 줄이고 종이로 이를 대체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 생활공작소는 환경을 생각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ESG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PCR용기와 천연 수세미로 구성된 '주방세제 에코팩'을 필두로 천연 재료를 숙성해 만든 '설거지 비누', 이브 비건 인증을 받은 '펫 샴푸'까지 출시하며 친환경 생활용품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생활공작소는 베스트 상품 '핸드워시'를 대용량 백 인 박스(Bag in Box) 포장(사진)으로 새롭게 출시했다. 백 인 박스는 대용량 액상제품이 담긴 진공백을 종이 박스에 포장해 필요한 만큼 덜어 쓰는 형식을 말한다. 생활공작소의 신제품은 3L 핸드워시 용액을 동봉된 500mL 공용 용기에 덜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핸드워시 250mL 본품 12개와도 같은 용량으로, 기존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90% 이상 줄인 제품이다.
핸드워시는 트리클로산, 파라벤, 트리에탄올아민 등 유해성분을 배제하고 안전한 성분만을 담아 온 가족이 사용하기에 좋다. 화학적 계면활성제 대신 코코넛오일을 액체화한 순비누 성분을 담았다. 피부 자극 테스트와 항균 테스트도 완료했다. 호불호 없는 부드러운 파우더 향으로 산뜻하게 손을 씻을 수 있다.
김지선 생활공작소 대표는 "지난달 자사 친환경 제품을 활용해 진행했던 브랜드 자체 에코 캠페인도 소비자의 높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면서 "앞으로도 생활공작소는 에코라이프를 실천 중인 그린슈머(Greensumer)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제품군을 지속 확장 및 다채로운 '그린 마케팅'으로 ESG 경영 행보에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홈플러스도 일부 축산 상품의 플라스틱 포장재를 친환경 종이 포장재로 교체한다. 홈플러스는 이달부터 호주산 소고기 특수부위 6종(안창살·토시살·치마살·갈비살·꽃갈비살·칼집살치살)을 기존 플라스틱(PP) 용기가 아닌 FSC 인증 종이 포장재 트레이에 판매한다. FSC 인증은 10가지 원칙을 충족하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통해 생산된 목재·종이 용기 등의 상품에만 부여된다.
기업은 기존 호주 청정우 포장재 재고 소진 후 모든 점포에서 친환경 종이 포장재로 전면 교체할 계획이다. 친환경 종이 포장재에는 홈플러스의 ESG 캠페인 브랜드 '올 포 제로(All for Zero)' 로고가 새겨졌다. 트레이는 분리수거 시 종이로 배출이 가능하다. 이번 포장재 변경으로 홈플러스는 연간 약 36.5t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올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앞두고 배송 상품에 사용되던 비닐 테이프를 종이테이프(사진)로 전면 교체하며 친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에 나섰다. CJ온스타일은 2017년부터 배송 상품에 사용되던 비닐을 친환경 종이 테이프로 바꾸는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왔다. 기업은 가치 소비를 장려하고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올해 환경의 날을 기점으로 전면 교체를 결정했다.
이번 교체를 통해 CJ온스타일은 비닐 테이프 사용량을 연간 기준 약 660만m를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CJ온스타일은 2019년 업계 최초로 비닐 테이프나 접착제가 필요 없는 '에코 테이프리스 박스'를 선보였으며, 과대 포장 방지를 위한 '포장 공간 비율 가이드'도 정했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지금까지 저감한 비닐 및 플라스틱 사용량은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면적의 약 113배에 해당하는 104만㎡, 무게로는 61.5t에 달한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던 백화점업계도 세련된 디자인보다는 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며 친환경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6월부터 전국 16개 점포에서 사용되는 쇼핑백을 재생용지 기반 친환경 쇼핑백으로 전면 교체했다. 쇼핑백은 본사를 비롯해 전국 점포에서 매년 약 8700t씩 나오는 포장 박스, 서류 등을 모아 제작됐다. 불필요한 잉크 사용도 줄이기 위해 쇼핑백 전면을 덮었던 초록색 그라데이션 디자인을 과감히 빼고 최소한의 친환경 나무 그림만 입혔다.
현대백화점은 올 4월 점포 고객 라운지에서 쓰는 종이컵을 100% 재활용품으로 교체하는 등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 감축 계획도 앞두고 있다. 현대백화점 내 카페 등에서 사용되는 플라스틱 재질의 종이컵 뚜껑과 물티슈 등을 재활용과 생분해가 가능한 대체품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